현대캐피탈이 인천 원정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대한항공을 상대로 챔피언결정 1, 2차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센터 싸움의 우위다. 특히 최민호의 가세로 현대캐피탈은 막강한 센터진을 구축했다.(사진=한국배구연맹)
결국 승부는 센터 싸움에서 결정된다.
대한항공은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에서 우승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우승 후 챔피언결정전에서 한 차례 미끄러졌던 만큼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창단 첫 통합우승에 분명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올 시즌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우승은 순탄치 않았다. 대한항공에서만 세 시즌째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는 체력 문제로 기대 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다만 정지석의 성장으로 가스파리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었고, 시즌 막판에는 경쟁팀이 흔들리는 사이 상승세를 탄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봄 배구’는 달랐다.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카드를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현대캐피탈은 센터 최민호의 가세로 정규리그와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나타났다. 시즌 내 약점 중 하나로 꼽혔던 센터 포지션이 강화된 현대캐피탈은 적지에서 대한항공에 연승을 거두고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겼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위해서는 센터 싸움의 우위가 필수라고 꼽았다.
현역 시절 센터 포지션에서 활약했던 박기원 감독은 “(좋은) 센터가 없어도 양쪽 날개 공격수가 좋으면 정규리그는 재미있게 경기하며 우승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은 다르다. 센터가 없으면 불안하다. 결정적일 때 필요한 포지션이 센터다. 마지막 마무리를 해줄 수 있는 포지션이 센터다. 세계적으로도 우승을 많이 한 팀을 보면 뛰어난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블로킹 뿐 아니라 센터진 전반의 활약 개선이 필수다.(사진=한국배구연맹)
박기원 감독의 말처럼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센터 싸움에서 희비가 갈렸다. 특히 정규리그 막판 전역 후 복귀한 최민호의 가세가 현대캐피탈의 챔피언결정전에 ‘천군만마’와 같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의 센터들이 정규리그보다 아쉬운 활약에 그치는 반면 현대캐피탈 센터들은 반대로 정규리그 이상의 경기력으로 승리를 이끌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2일 열린 1차전에 풀 세트 접전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챙겼다. 두 팀 모두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선수가 네 명씩이나 있었지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블로킹이었다. 현대캐피탈이 13개의 블로킹을 성공한 반면 대한항공은 7개에 불과했다.
두 팀은 올 시즌 정규리그 남자부 팀 블로킹 1, 2위다. 현대캐피탈이 세트당 2.657개로 1위, 대한항공이 세트당 2.573개로 2위였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이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승부가 갈렸다.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가스파리니가 부진한 영향도 있지만 현대캐피탈은 블로킹 싸움에서 대한항공을 압도했다. 대한항공이 1차전보다 많은 블로킹 10개를 기록했지만 현대캐피탈은 최민호가 5개, 이승원도 4개를 잡는 등 16개로 여전히 우위를 기록하며 승리를 가져갔다.
3차전 역시 승부처는 센터 싸움이다. 특히 안방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센터 싸움에서 고개 숙인 대한항공은 3차전에서 진상헌과 김규민, 진성태 등 센터의 부활 없이는 창단 첫 통합우승의 꿈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