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남주혁 "'준하' 통해 저도 속이 후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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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JTBC '눈이 부시게' 이준하 역 배우 남주혁

배우 남주혁 (사진=드라마하우스 제공)

 

"'눈이 부시게' 대본을 받고, 대본을 펼쳐보기도 전에 이건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눈이 부시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 중 한명으로서 '눈이 부시게'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이미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대본을 다 읽었을 때는 두말할 것도 없이 무조건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죠."

극 중 이준하 역을 맡은 배우 남주혁의 말처럼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당신은 눈부신 존재'라고 말해주며 JTBC '눈이 부시게'(연출 김석윤, 극본 이남규·김수진) 지난 19일 종영했다. 알츠하이머를 '시간 이탈'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다루며 우리의 인생과 시간이 갖는 의미를 곱씹게 해줬다. 특히 마지막 회 혜자(김혜자 분)가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라며 우리를 위로할 때, 그 위로에 많은 시청자가 눈물을 흘렸다. 남주혁도 많이 울었다고 한다. 눈부신 청춘인 남주혁이 어떻게 사연 많은 '준하'라는 인물을 연기했는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 남주혁 (사진=드라마하우스 제공)

 

◇상처 많은 20대 청춘, 준하

JTBC '눈이 부시게'가 많은 사람을 울리며 지난 19일 자체 최고 시청률인 9.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눈이 부시게'는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를 다뤘다. 모두가 '시간 이탈 로맨스'라고 생각했던 설정은 알고 보니 기억이 사라져가는 알츠하이머 환자 혜자의 '현실'이었다.

극 중에서 남주혁은 알코올 중독에 도박에까지 손을 댔던 아버지와 집을 나간 어머니로 인해 할머니 손에서 자란 기자 지망생 준하였다. 동시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혜자(김혜자 분)의 주치의였고, 젊은 혜자(한지민 분)의 연인 준하였다.

준하는 남주혁이 "너무 힘들었던 캐릭터"라고 할 정도로 힘들게 살아 온 인물이다. 기자 지망생 준하는 어릴 적부터 켜켜이 쌓인 상처와 슬픔, 분노를 끌어안고 살았다. 젊은 혜자를 남겨두고 일찍이 세상을 떠난 남편의 사연도 안타깝기만 하다. 남주혁은 이 복잡한 감정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도 모르게 점차 빠져들었다고 한다.

"준하가 저랑 나이가 똑같아요. 준하는 남들이 보기엔 완성형 인간이지만 막상 열어보면 정말 힘든 환경에서 살아가는, 말 그대로 죽지 못해 살아가는 친구예요. 그런데도 어떤 끈 하나를 붙들고 살면서 이것만큼은 놓고 싶어 하지 않죠. 아마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는 마지막 끈을 놓고 싶어 하지 않은 거 같아요. 저도 20대 청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보니 힘들고 지치는 상황이 와요. 그런데 꿈을 위해서 놓치고 싶지 않은 게 있어요. 준하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지금도 어디선가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 친구들을 많이 생각했던 거 같아요."

JTBC '눈이 부시게' (사진=방송화면 캡처)

 

◇준하가 되었고, 배우로서도 깊어졌다

사연 많은 준하는 세상과 삶에 치여 울기도 많이 울었다. 특히 9화에서 샤넬 할머니(정영숙 분)가 돌아가신 후 장례식장에서 남주혁이 눈물 흘리는 장면은 연기를 위해 흘린 눈물이 아니었다. "너도 네가 네 인생이 애틋했으면 좋겠다"는 혜자의 한 마디에 준하는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준하인 남주혁도 무너져 내리며 얼굴을 가린 채 오열했다.

남주혁은 "깊이 몰입했고,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다 보니 참 많이 힘들기도 했다"며 "너무 많이 울었다. 준하를 연기하면서 준하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동시에 남주혁은 준하를 통해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남주혁은 "사람은 모두 여러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한 감정의 변화가 많은 친구라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많았고 또 연기하는 저로서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라"라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남주혁은 이전보다 '배우'로서 깊어진 느낌이었다.

함께 한 선배 배우와 감독도 남주혁이 준하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젊은 혜자 역의 한지민은 현장의 막내인 남주혁이 긴장을 풀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끔 해줬다. 남주혁은 "함께 연기 하면서 정말 감사했다"며 "선배님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불안하기도 하고 많이 떨렸는데 지민 선배가 먼저 다가와서 긴장을 풀어줬다"고 말했다.

대선배인 배우 김혜자와 함께 연기한 것에 대해 남주혁은 "감히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남주혁은 "김혜자 선생님이 지금처럼만 하라고, 초심을 잃지 말고 더 성장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며 "연기를 할 때 조언이라기보다 항상 칭찬을 많이 해주셨죠.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석윤 감독의 섬세함은 배우들에게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다. 남주혁은 '리더 중의 리더'라고 표현했는데, 김 감독은 현장의 소음, 앵글 안으로 들어오는 마이크 등 주변 환경은 신경 쓰지 말고 연기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연기 외적인 요소는 모두 자신이 처리하겠다며 배우들이 드라마에 빠져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덕분에 배우들도 오롯이 자신의 역할에만 신경 쓸 수 있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호평도 받았지만, 남주혁은 "솔직히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면서도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남주혁은 인터뷰 내내 진중했고, 한마디 한마디에 고민이 묻어났다.

JTBC '눈이 부시게' (사진=방송화면 캡처)

 

◇살아갈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위로, '눈이 부시게'

"아버지란 인간도 그따위고 어머니란 인간도 자기 힘들다고 갓난애 버리고 간 인성인데 자식이라고 제대로 겠어요? 진짜 할머니나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제발 좀 내 인생이 최악이란 걸 알려주지 말라고요. 아이씨. 안 그래도 죽지 못해 겨우겨우 사는데 자꾸만 옆에서 넌 지금 최악이다, 더 나아져야 한다, 무책임하게 이야기하지 마시라고요. 이게 살아있는 사람의 눈으로 보이세요? 예? 이게 사는 거냐고요. 손녀한테도 전해주세요. 네가 아는 이준하 죽었다고."('눈이 부시게' 6화 중 준하의 대사)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장면이 없지만, 그 많은 순간 중 남주혁은 '준하'의 입장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았다. 6화에서 혜자(김혜자 분)에게 자신의 안쪽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다.

"6화에서 준하가 처음으로 혜자 선생님에게 언성을 높이며 이야기해요. 그런 말을 할 친구가 아닌데, 그때 준하가 갈 데까지 갔구나, 제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준하가 얼마나 힘들면 이렇게 말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사실 많은 사람이 준하와 같은 말을 마음속에 품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 역시도 그런 말을 마음에 품어본 적이 있어요. 그걸 준하를 통해서 처음으로 내뱉었는데 저도 속이 후련하더라고요. 아마 시청자들도 자신이 말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끙끙 앓고 있던 걸 대신 말해줘서 속 시원하다고 생각하셨을 거 같아요."

현실의 많은 청춘이 각자 삶의 무게에 짓눌려 인생에서 누려야 할 것, 꿈꿔야 할 것을 포기하며 살아간다. 현재는 불안하고 내일은 그려볼 수조차 없는 청춘에게 그들과 같은 청춘인 준하의 토로는 어찌 보면 위로와 같았을지도 모른다.

'눈이 부시게'는 위로와 함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중 하나는 무엇을 위해 나의 소중한 시간을 쓸지, 어떻게 가치 있게 쓸지에 대한 질문이다. 남주혁에게는 '배우'라는 현재가 가치 있는 시간이다.

"21살에 처음 연기를 접하게 됐는데, 배우라는 꿈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아요. 배우는 제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예요. 꿈이 있다는 건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10년 뒤 서른 살이 됐을 때 이런 배우가 되어야지 하는 목표가 있어요.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주고, 같이 울고 웃을 수 있는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 지금은 그러한 배우가 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과거를 돌아보고 싶지도 않고 미래를 너무 행복하게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저 그때를 위해서 지금을 살아가는 것 같아요."

배우 남주혁 (사진=드라마하우스 제공)

 

이처럼 불안하고 흔들리면서 자기 일과 미래에 대해 속 깊은 고민을 하는 남주혁도 여느 20대와 다르지 않았다. 제법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하면서도 가장 행복한 순간을 묻는 말에 "집에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볼 때가 진짜 행복하다. 얼마 전까지 겨울이었는데, 따뜻하게 침대에 매트를 켜놓고 거기 가만히 누워서 등만 보이는 그 천장을 보고 있는 내가 정말 행복하다"며 웃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행복하게 인터뷰할 수 있는 것은 '눈이 부시게'라는 작품과 '눈이 부시게'를 사랑해 준 시청자 덕분이라고 거듭 말했다.

“시청자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눈이 부시게’를 보며 인생에 관해 이야기 하시는 걸 들을 때마다 작품에 참여한 한명으로서 너무 행복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주변의 알츠하이머 환자분들이 ‘눈이 부시게’처럼 안 좋은 기억 말고 좋은 기억만으로 남은 시간을 잘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참, 저는 드라마를 한 번 더 보려고 해요. 시청자들께서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보시면 좋겠어요. 아마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거 같아요. 마지막 혜자 선생님 내레이션처럼 모두 지금을 살아가면서 지금을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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