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건국신화 '구지가' 새긴 토제방울 발견, 학계 논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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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단 "방울에 새겨진 음각 수로왕 건국신화와 일치"

(사진=고령군 제공)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 아이 무덤에서 가야 건국설화 그림을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토제방울이 나왔다.

고령군과 매장문화재 조사기관 대동문화재연구원(원장 조영현)은 고령 지산동 고분군에서 발굴조사로 찾은 지름 방울을 지난 20일 공개했다.

이 방울은 지름이 약 5㎝로 흙으로 만들어졌다. 토제방울이 나온 무덤은 5세기 후반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석곽묘(石槨墓·돌덧널무덤)다.(길이 165㎝·너비 45㎝·깊이 55㎝)

조사단은 토제방울이 문헌으로만 전하는 고대 건국설화를 시각화한 최초의 유물이라고 주장했다. 토제방울 그림이 '삼국유사' 가락국기(駕洛國記)에 나오는 수로왕 건국설화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가락국기는 고려 문종(재위 1046∼1083) 때 편찬한 가야 역사서로, 책은 현존하지 않으며 일부 내용이 삼국유사에 축약돼 전해진다.

가락국기에 따르면 산봉우리인 구지(龜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어디에선가 "너희들은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라. 만일 내밀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하고 뛰면서 춤을 추어라. 그러면 곧 대왕을 맞이하여 기뻐 뛰놀게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이에 '구간'(九干)으로 지칭한 씨족장 9명이 노래하고 춤을 추다 하늘을 보니 자줏빛 줄이 땅에 드리워졌고, 줄 끝에 있는 보자기에 싸인 금빛 상자에서 황금알 6개를 찾았다.

알에서 나온 아이는 쑥쑥 자라서 그달 보름에 왕위에 올라 이름을 수로(首露)라고 했고, 나라 이름을 대가락(大駕洛) 또는 가야국이라고 지었다.

조사단은 토제방울 그림은 설화에 등장하는 구지봉 혹은 산봉우리로 짐작되는 남성 성기와 거북 등껍데기, 관을 쓴 남자, 춤을 추는 여자,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람, 하늘에서 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자루를 표현했다고 해석했다.

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은 "구지가 연구자 중에는 거북 머리를 수로, 우두머리, 남근, 구지봉으로 해석하기도 한다"며 "거북 등껍데기는 고리 부분을 머리로 인식해 그린 것으로 판단되며, 관을 쓴 남자는 구간(九干)에 해당하는 지도자를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배 실장은 "가락국기에 실린 난생(卵生) 설화는 가야 지역 건국신화에 공통으로 나오는 핵심 요소일 가능성이 크다"며 "치아를 분석한 결과, 무덤 주인은 4∼5세인 어린아이로 추정되는데 토제방울이 발견된 사례가 많지 않아 건국설화 그림을 새긴 방울을 아이 무덤에 넣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조사단은 토제방울이 발견된지 불과 열흘 정도 기간에 분석한 결과여서 해석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희준 경북대 명예교수도 "그림 하나하나에 대한 사실 검증을 해야 한다"며 "6개 그림 중 한두 개만 다르게 해석해도 전체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림을 다르게 볼 수 있고, 가야 건국설화를 연결 지을 단서가 충분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가야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인 가운데 토제방울의 의미를 두고 학계에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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