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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 윤지오씨에 '장자연 명단' 실명 요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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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터뷰서 조선일보 사주일가 3명·정치인 이름 거듭 공개 요구
누리꾼 "무례하다" 비판…앵커 하차 요구까지
"그 질문은 무리한 요구…공격적이라 볼 수 있다"
"특종 욕심에 사전 논의 없는 질문 던진 게 아닐까 싶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MBC '뉴스데스크'가 고(故) 장자연씨 사건의 증인으로 나선 윤지오씨에게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속 인물의 실명을 공개해 달라고 거듭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윤씨가 신변 보호까지 요청할 정도로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 상황에서 실명 공개 요구는 무리한 시도였다는 것이다.

MBC 메인뉴스 '뉴스데스크'는 18일 고(故) 장자연씨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공개증언에 나선 윤지오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왕종명 앵커는 윤씨가 검찰과 경찰에 진술한 방씨 성을 가진 '조선일보' 사주일가 3명과 특이한 이름의 정치인이 누군지 공개할 의사가 없냐고 재차 물었다.

앞서 윤씨는 지난 12일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이날 윤씨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관해 언론인 3명과 정치인 1명의 이름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앵커의 실명 공개 요구에 윤 씨는 "말씀을 드리지 않은 것은 앞으로 장시간을 대비한 싸움이고, 그분들이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저는 더 이상 증언자 내지는 목격자라는 신분이 아닌 '피의자'로서 명예훼손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그분들에게는 단 1원도 쓰고 싶지 않다"라고 거절했다.

그러자 왕 앵커는 "고소는 될 수 있다. 피고소인은 될 수 있다. 그럼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려볼게요"라며 "검찰 진상조사단에 나가서 명단을 말하는 것과 지금 이렇게 생방송으로 진행 중인 뉴스에서 이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고, 어쩌면 윤지오씨가 용기를 내서 장자연씨 죽음에 대해서 좀 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 이런 생방송 뉴스 시간에 이름을 밝히는 게 오히려 더 진실을 밝히는 데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보셨어요"라고 반문했다.

거듭된 요청에 윤 씨는 "안에서 하는 건 단지 몇 분이고 그 후로 저는 살아가야 하는데, 살아가는 것조차 어려움이 많이 따랐던 것이 사실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검찰, 경찰에 다 일관되게 말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 경찰이 밝혀내야 하는 부분이고, 공표해야 하는 부분이 맞다. 나는 일반 시민으로서, 증언자로서 내가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실명 공개 요구를 거절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검찰 과거사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배우 윤지오씨가 '한국여성의전화'와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관계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 같은 인터뷰가 나간 후 누리꾼들은 MBC가 증인으로 나선 윤씨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줄 수 있는 요구를 한 상황에 비판을 쏟아냈다. 현재 공개 증언에 나선 윤씨에 대한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글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MBC 시청자센터에 왕종명 앵커의 사과 및 하차를 요구하는 글을 남기고 있다.

이번 보도에 대해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 해당 문제는 돌발적으로 질문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윤지오 씨가 어떤 형태로든 피해를 받지 않도록 모든 것을 다 따지고 난 후에 한 행동이어야 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했다 하더라도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라며 "윤지오씨가 처한 상황을 본다면 윤씨가 아무리 장자연씨를 위해 뭔가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한 질문은 무리한 요구이고, 공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도 "윤지오씨가 당황한 걸 봐서는 사전에 이야기가 된 게 없어 보인다. 결국엔 MBC가 사전에 얘기된 적도 없는, 그것도 굉장히 무례한 질문을 던진 것"이라며 "설사 사전에 윤씨가 명단을 공개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신변보호 등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충분히 인지시켜 주고 자제시키는 게 언론의 역할이고 저널리즘의 역할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활동가는 "MBC가 뒤늦게 윤지오씨 인터뷰를 하면서 특종 욕심에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닐까 싶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수사당국에 대한 감시와 사회적 공론을 끌어가는 것이지 제보자에게 책임질 수 없는 부분까지 공개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다"라며 "명단을 공개해야 할 대상은 제보자 윤씨가 아니라 수사당국이다. 수사를 통해 장자연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들을 찾아 명명백백하게 밝힐 수 있도록 감시해야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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