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FC서울감독은 지난 시즌 강등 위기까지 겪었던 부진으로 선수단이 얻은 책임감과 두려움을 슬로 스타터라는 오명을 씻고 새 시즌 개막 후 연승 행진에 나선 비결로 꼽았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슬로 스타터’
K리그1 FC서울을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꾸준하게 K리그에서 상위권에 자리했던 서울이지만 유독 초반이 좋지 않았다. 특정 감독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서울 특유의 팀 컬러였다.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중반 이후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순위를 끌어올리는 점은 높이 살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시즌 초반 준비가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품게 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서울은 포항과 개막전에서 2대0으로 승리한 데 이어 2라운드 성남 원정에서도 1대0으로 승리하며 당당히 순위표의 윗부분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과 나란히 2승을 기록한 상주가 다득점에서 앞서며 1위를 가져갔을 뿐 분명 서울은 ‘슬로 스타터’라는 이미지를 씻을 기회를 잡았다.
이번 주말 제주를 안방으로 불러들이는 서울은 세뇰 귀네슈 현 터키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끌던 2007년 이후 무려 12년 만에 개막 3연승을 노린다. 지난 시즌 최악의 부진으로 리그 11위에 그치며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러야 했던 서울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제주전을 앞두고 14일 경기도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미디어데이를 연 최용수 감독은 “지난해 참담한 시기가 있었다”면서 “큰 틀에서 명예회복을 해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고민 많았다”고 지난 시즌 부임 후 힘겨웠던 시기를 회상했다.
최용수 감독은 가까스로 2부리그 강등을 피했지만 새 시즌에 기대만큼 전력을 보강하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알리바예프와 ‘제2의 데얀’으로 기대를 모으는 페시치의 영입이 그나마 기대를 모을 만한 부분이었다.
만족스러운 보강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 시즌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최용수 감독은 “그래서 정신 재무장을 많이 강조했다”며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팀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더 많은 것을 이뤄내야 한다. 그런 책임감이 경기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달라진 서울의 성적 비결을 소개했다.
선수들이 달라진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지난 시즌에 맛본 처참한 성적이 주는 두려움이다. “예전에는 우리 전력이면 리그 중상위권은 가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는 다르다. 두 번 다시는 그런 경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전과 다른 힘찬 출발이지만 최용수 감독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우린 한참 멀었다. 가야 할 길이 아직 많다”고 진단한 최용수 감독은 “거창하게 우리의 목표를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 두 경기에서 6점을 가져왔지만 아직 선수들이 불안감을 갖고 경기한다. 더 알찬 축구, 더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