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딥이슈'는 연예 이슈를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면서 그 이면의 사회·문화 현상을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성관계 영상을 불법촬영해 가수 승리 등 연예인 지인들에게 불법으로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12일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중단한 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가수 정준영이 경찰에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로 입건된 가운데 피해자들을 두고 공공연한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BS '8뉴스'는 11일 정준영이 빅뱅 승리가 참여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하 단톡방)의 멤버였고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3초 짜리 동영상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2015년부터 약 10개월 동안 정준영은 룸살롱 여성 종업원, 잠이 든 여성 사진 등을 동료 연예인들이 있는 단톡방에 수시로 공유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최소 10명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12일 오후 정준영이 불법 촬영한 여성 피해자들에 연예인들이 포함돼 있다는 지라시가 떠돌면서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정준영 동영상'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이와 비슷한 일은 지난 '버닝썬' 성폭행 의심 동영상이 알려진 당시에도 있었다. '버닝썬' 동영상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동영상 원본을 찾으려는 이들의 어긋난 호기심을 방증했다.
그러나 이처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 초점을 맞춰 불법 촬영된 원본 동영상을 찾으려는 시도는 명백한 2차 가해라는 판단이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대중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이 그런 식으로 불법 촬영에 연관됐다는 자체가 나쁜 상황"이라며 "더욱이 그런 범죄 사실에 대해 대중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 사안을 폭력의 문제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내가 볼 수 있는 동영상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습관이 쌓여있다"고 꼬집었다.
여성 연예인 지라시와 연관되면서 호기심이 높아진 상황에 대해서는 "여성 연예인이 피해자라고 하니 이를 검색하는 행위는 그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피해자는 똑같은 피해자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해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피해자로 옮겨갔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측에서 지라시를 생산·유포해 물타기를 했을 경우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피해가 확산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수사기관이 단호한 대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권김현영 활동가는 "실제로 영상이 돌고 있다면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된다. 문제를 일으킨 이들이 아니라 피해자가 계속 피해를 받는 상황이 반복되면 문제는 해결을 못한다. 경찰이 빨리 수사에 들어가야 하고 단순 동영상 소지 및 유포도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제스처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