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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롯데백화점 인천점, 도심 흉물되나?…'열쇠' 쥔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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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인천점이 지난달 28일 문을 닫았다. (사진 = 롯데백화점 인천점 홈페이지)

 

NOCUTBIZ
최근 문을 닫은 롯데백화점 인천점이 인천 도심 한 가운데 흉물로 남게 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에 따라 인천점과 부평점을 매물로 내놨지만 팔릴 기미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롯데백화점은 물론 신세계백화점과 인천시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입니다.

신세계백화점은 1997년 인천터미널에 문을 열었습니다. 인천 핵심상권에 자리잡아 연매출 7200억원을 기록하는 '효자'였죠.

그런데 문제는 인천시가 2012년 9월 터미널 부지를 롯데에게 9000억원에 팔면서 불거졌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이 기존 터미널점의 임대계약 연장을 낙관하는 상황에서 인천아시안게임 준비로 적자에 빠진 인천시가 롯데에게 터미널 부지를 팔았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입니다.

또 신세계백화점 터미널점과 불과 걸어서 '5분' 거리에 인천점을 갖고 있던 롯데백화점이 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욕심을 부린 점도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정위가 나섰습니다.

롯데백화점 인천점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2013년 4월 롯데백화점이 신세계백화점의 터미널점을 우회적으로 인수했다고 보고 인천의 전체 백화점 시장 점유율 50%를 넘겼으니 백화점 2곳을 매각하라고 시정명령했습니다. 터미널점을 손에 넣은 롯데백화점이 인천점과 부평점을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신세계백화점은 인천시와 롯데의 터미널 부지 매매계약이 무효라며 소송을 걸었고, 대법원이 2017년 11월 롯데의 손을 들어주고 나서야 법적 분쟁을 마쳤습니다.

4년 넘게 인천점과 부평점 매각에 손놓고 있던 롯데백화점은 대법원 판결 이후 부랴부랴 매각에 나섰습니다. 올해 5월 19일까지 백화점 2곳을 매각하지 못하면 이행강제금을 내야할 처지에 몰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최근까지 10차례의 공개매각과 33차례에 걸친 개별업체 접촉에도 매수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인천점(2299억원)과 부평점(632억원)을 감정가의 절반으로 가격을 낮췄는데도 말이죠.

이런 배경에는 유통업계 사정이 크게 변한 것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온라인 쇼핑몰로 고객들이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터미널점 사이에 뉴코아아울렛이 위치해 있고, 홈플러스도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사진 = 네이버 지도 캡처)

 

더구나 도보 5분 거리인 롯데백화점 터미널점과 인천점 사이에 뉴코아아울렛이 있고 걸어서 10분만 가면 홈플러스도 있습니다. 아무리 인천 최대상권이라고 해도 인천점을 인수해 봐야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또 이 일대는 터미널과 인천 최대상권이라는 특성상 교통체증이 극심한 곳입니다.

따라서 인천 시민들은 아예 이곳에서 8km 떨어진 송도의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을 더 선호하는 실정입니다. 송도에는 앞으로 △신세계스타필드 △롯데몰 △이랜드몰 등 '타임스페이스'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여의도공원의 4.5배에 달하는 '쇼핑특구'가 송도에 생기는 만큼 인천 시민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죠.

롯데백화점 인천점이 도심 흉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천점은 지난달 이미 폐업까지 한 상태입니다.

유일한 돌파구는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변경해 주는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분위기입니다. '백화점 용도로 매각'하라는 조건만 바뀌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것인데요.

공정위가 시정명령 내용을 변경한 전례도 있습니다.

2008년 9월 유리강화섬유제품을 생산하는 '오웬스코닝'에게 국내 계열사나 관련 공장을 매각하라는 시정명령을 가격통제로 변경한 것입니다.

당시 오웬스코닝은 관련 공장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0원에 가까운 금액에도 매수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시정명령이 내려진 매각 대상 계열사는 경영적자가 누적된 상황이었고요.

결국 공정위가 롯데백화점 인천점이 인천 도심의 흉물로 전락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전망입니다. 욕심을 부렸던 롯데백화점도 인천 시민들을 위해 통큰 결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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