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서양식 개신교 건물로 건축된 정동제일교회의 벧엘예배당,(사진=정동제일교회)
[앵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에 앞장선 교회들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필주, 박동완, 유관순 등 걸출한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하고, 항일운동에 적극참여한 정동제일교회를 소개합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1885년, 아펜젤러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감리교회인 정동제일교회.
붉은색 벽돌의 아름다운 예배당엔 목회자부터 성도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일제에 항거한 뜻깊은 역사가 아로새겨져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약한 현순, 손정도 목사를 비롯해 민족대표 이필주 목사와 박동완 전도사는 정동제일교회의 목회자로서 사역했고, 유관순 열사 등 이화학당과 배재학당 학생들은 그들의 영향 아래 신앙과 민족의식을 함양했습니다.
민족대표 33인 중 기독교인 16명의 명단이 최종 확정되고,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각 학교 학생대표들이 모여 거사를 준비했던 곳도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인터뷰]
송기성 목사 / 정동제일교회 담임
"초창기부터 특별히 일제 치하 때 독립운동하신 목사님과 평신도의 의식이, 하나님 사랑은 나라사랑이라는 이것이 결국은 행동하는 신앙, 행동하는 양심으로서 독립운동가의 사역으로 펼쳐졌고 또 그런 사역을 이곳에서 이루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특히, 벧엘예배당의 파이프 오르간은 믿음의 선배들의 일제의 감시를 피해 독립운동을 준비하던 비밀 공간으로, 그들의 눈물과 땀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어른 몇몇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송풍구 공간 안에서 독립선언서와 독립신문 등 독립운동 관련 유인물들이 비밀리에 제작되었고,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학생들은 이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벧엘예배당의 내부 모습. 뒤로 보이는 파이프 오르간 속 송풍구 공간에서 독립신문 제작 등 독립운동을 위한 작업들이 비밀리에 이뤄졌다.(사진=정동제일교회)
[인서트]
송기성 목사 / 정동제일교회 담임
"유관순 열사가 이곳에서 무릎 꿇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하나님 앞에 기도한 걸 생각하면, 오늘 우리들의 삶과 사역, 사명에 대해 반성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정동제일교회는 3.1 운동 이후 목회자들과 이화학당 및 배재학당 학생들이 대거 체포되면서 2천여 명이던 교인이 절반가량으로 줄고, 예배를 인도할 사람이 없어 반년 넘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희생 속에서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 온몸을 바친 선배들의 신앙과 정신을 이어오며 지금까지 정동 한복판을 굳건히 지켜오고 있습니다.
하나님사랑은 곧 나라사랑이라는 신앙고백과 함께, 행동하는 신앙의 출발지가 됐던 정동제일교회.
교회가 보여준 희생과 헌신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만듭니다.
CBS 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취재 이정우] [영상편집 전호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