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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강연희 소방경, 숨지기 전 '안전한 환경'서 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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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료분쟁중재원 "응급구조사, 항상 스트레스 노출"
환자 이송 위해 사선 넘나드는 구급대원들
2명 출동시 혼자 응급환자 감당해야
구급 출동시 교통법규 준수? 사실상 불가능
일각선 "공무원재해보상법 취지 후퇴" 비판

지난 4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 전북 익산소방서 인화119안전센터 소속 정은애 소방경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고(故) 강연희 소방경의 위험직무순직 인정 여부는 5만 소방관의 중요한 관심사다. 전북과 서울·경기 등 전국 소방공무원 200여 명은 지난 4일부터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구급 활동 중 취객에게 폭행을 당한 뒤 투병하다 숨진 강 소방경의 죽음이 제대로 평가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난달 15일 유족 측에 위험직무순직 불인정 처분을 통보한 인사혁신처(이하 인사처)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대한의사협회 등의 감정 결과에 따라 순직을 인정했다"면서도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할 뿐 불인정 처분에 다다르기까지의 정확한 의사 결정 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재원조차 전북 익산경찰서에 보낸 감정서에서 "응급구조사의 직업상 항상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고 생각된다"며 구급대원의 직무 자체에 대한 위험성을 평가했다.

故 강연희 소방경의 사인에 대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 일부 발췌. (사진=독자 제공)

 


소방관들은 구급 업무도 화재진압·구조활동과 마찬가지로 위험직무라고 주장한다. 지난 2015년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승섭 교수 등이 소방관 8500여 명(이중 구급대원은 2300여 명)을 상대로 벌인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구급대원이 최소한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채 사선을 넘나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급대원들은 인력난을 안전 위협 요소로 꼽았다.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구급차에는 운전자를 포함해 총 3명의 구급대원이 탑승하게 돼 있다. 그러나 설문 응답자의 29.9%(560명)가 '설문 시점 기준 최근 3개월 내 결원 출동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만약 두 명이 출동하면 운전자를 뺀 단 한 명의 구급대원이 응급환자를 오롯이 감당하게 돼 그만큼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또한 구급대원들은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일하고 있었다. '구급 출동 시 교통법규 준수가 가능한가'를 묻는 말에 응답자의 93.6%(1746명)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환자를 신속히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위험을 자초하는 셈이다.

지난해 4월 2일 전북 익산 원광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취객 윤모(48)씨에게 폭행당하기 직전 故 강연희 소방경의 모습(가운데)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사진=전북지방경찰청 제공)

 

그러나 인사처는 공무원재해보상법 제3조1항제4호와 제5조제2호가목을 근거로 강 소방경이 사건 당시 위험직무를 하고 있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강 소방경이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입은 재해가 직접 원인이 돼 사망한 공무원이 아니라는 게 인사처의 설명이다.(제3조 1항 제4호)

구급 업무 19년 경력의 베테랑 강 소방경은 사건 당시 폭력 등 전과 44범의 주취자 윤모(48)씨를 이송하고 있었다. 그는 윤씨로부터 "XX를 찢어 죽이겠다" 등 모욕적인 폭언을 들었고, 머리를 5~6회 맞았다.

한편 공무원재해보상법 심의를 위해 지난해 2월 22일 열린 제356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권은희 당시 행정 및 인사법심사소위원장은 "공무원연금공단 소속 심의회에서 하고 있던 (위험직무순직유족) 급여 관련 결정을 인사처와 국무총리 소속 심의회에서 하게 하는 등 국가의 책임성을 보다 강화하고자 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1심을 맡은 인사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가 공무원재해보상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강 소방경의 동료인 익산소방서 정은애 인화119안전센터장은 "공무원연금법 등 다른 법에 각기 흩어져 있던 조항들을 모아 공무원재해보상법까지 제정한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법 적용이 종전보다 후퇴해 공무원들이 직무에 전념하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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