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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조건부보석에 '떨떠름한'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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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10억에 외출·통신 제한…"자택구금보다 엄격"
MB "나를 증거인멸하는 사람으로 보나" 반발도
그동안 강조한 보석 주장에 '실리'보단 '명분' 택한듯

뇌물·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한다고 밝혔다.(사진=이한형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349일만에 자유의 몸이 됐지만 보석 조건이 까다로워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6일 이 전 대통령 측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재판부는 "불구속재판 원칙에 부합하는 보석제도가 국민의 눈에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다"며 "피고인을 자택구금한 상태에서 상당히 엄격한 조건을 붙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거지를 서울 논현동 사저로 한정 △배우자와 직계혈족, 변호인 외 접견·통신을 모두 제한 △보석보증금 10억원의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더해 이 전 대통령이 주거지를 벗어나는지 관할 경찰서가 매일 확인한다. 병원 진료가 필요하면 일일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위 조건들을 위반할 시 지급한 보석보증금은 몰취되고 다시 구치소에 재수감된다.

이는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이 보석을 청구하면서 요청한 조건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보석금 1억원에 자택과 서울대병원을 오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 일부 측근들은 재판부가 내건 조건에 반발하며 보석을 거부하자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방청석에 있던 한 측근은 "구치소 생활보다 좋지 않은 조건이다"라며 "차라리 다음달 구속만기에 나가는게 낫다"고 변호인단에 의견을 전달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도 변호인단과의 협의 과정에서 "나를 증거인멸 하려는 사람으로 보는 것 아닌가"라며 "구속만기까지 기다리는게 낫지 않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구속만기일인 다음달 8일까지만 구치소 생활을 버티면 엄격한 조건 제한 없이 석방생활이 가능하다.

10억원에 달하는 보석보증금도 상당한 부담이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부터 "서울시장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고 강조해왔다. 아무리 보증금을 증권 보증서로 갈음해 당장 부담할 필요가 없다고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 전 대통령 측이 악조건의 보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명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월부터 건강 등을 이유로 줄기차게 보석을 요청해왔다.

수면무호흡과 당뇨, 탈모까지 언급하며 "돌연사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진 피고인이 무죄라고 봐야 한다는 '무죄추정 원칙'을 언급하며 보석의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내건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돌연 보석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조건에 반발하시기도 했지만,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달라는 취지로 재판부가 가혹한 조건을 내건 거라고 설명드렸다"고 보석을 받아들인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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