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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사립유치원 개학은 엿장수 마음대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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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개학연기는 불법인가 적법인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무기한 개학 연기 투쟁을 시작한 4일 서울의 한 유치원 정문에서 교육청에서 시정명령서를 붙히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과 유치원 3법에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새 학기 첫날 개학연기에 나선 가운데 개학연기가 적법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유총 김철 정책홍보국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교육기간의 개학 시점은 원장의 고유 권한이다"며 한유총의 개학연기가 준법투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에 시정정명령서를 붙이며 대응에 나섰다.

교육부는 한유총의 이번 결정을 '학습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 형사고발과 감사 등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사립유치원의 개학 시점은 정말 한유총의 주창처럼 유치원 원장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을까?

◆ 180일만 채우면 아무 때나 휴업해도 적법?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이덕선 이사장(왼쪽 두번째)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유치원 개학연기와 관련 정부의 대응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한유총은 법으로 정한 연간 수업일수 180일만 지킨다면 개학 시점을 미루고 휴업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유총 이덕선 이사장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유아교육법에 의하면 수업 일수가 180일 이상이면 된다"며 "학기가 시작한 뒤 휴업하는 게 아니고 개학을 연기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휴업이나 임시휴업으로 사립유치원의 학기 시작일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현행법상 ①매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 유치원 운영위원회의 자문을 거치거나 ②비상재해 등 급박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서다.

긴급한 상황으로 인해 휴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휴업 등 교육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릴 땐 유치원 운영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유아교육법 제19조에선 20명 이상 규모의 사립유치원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과정의 운영방법에 관한 사항에 대해선 위원회의 자문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유총의 이번 개학연기는 유치원 운영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하는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 3일 한유총 기자회견문에 대한 사실 확인 및 입장에서 "예상치 않은 임시휴업을 하려는 경우에도 유아교육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에 따라 '비상재해나 그 밖의 급박한 사정'이 있어야 하나, 이번 사안은 이러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 위반에 대해 유아교육법 제30조에 따라 기간을 정하여 시정·변경명령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 형사고발에 따른 처벌(법 제34조)은 정당한 법 집행"임을 강조했다.

교육부 사립유치원 공공성강화지원팀 이지은 팀장은 "이번 (개학연기와 같은) 건은 운영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되는 사안"이라며 한유총의 주장이 잘 못됐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시각도 비슷하다.

장윤미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사태는 하루 이틀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휴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한 개학연기"라며 "일방적으로 원장이 정할 수 있는 사안 자체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 개학 전 운영위원회가 없다는 것이 더 심각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연기 여부에 대해 무응답한 서울 도봉구의 한 유치원 문이 잠겨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운영위원회와 관련해서도 한유총의 설명은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교육부의 입장 발표가 있자 한유총은 지난 3일 오후 반박문을 내며 "신학기 시작 전의 휴지기간 동안엔 유치원 운영위원회가 구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교육당국의 불법 규정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운영위원회가 구성될 수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조치가 적법하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개학 전 운영위를 구성하지 않은 것 자체를 심각한 문제로 보았다.

현재 국공립 유치원과 20명 이상 규모의 사립유치원은 법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교육부 이지은 팀장은 "운영위는 개학 전 구성해 유치원 운영 전반에 관한 것들을 논의한다"며 "2월에는 운영위가 구성돼 전반적인 상황을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위에는 학부모 운영위원이 있는 만큼 반드시 운영돼야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개학 전이라 운영위가 구성될 수 없었다'는 한유총의 설명을 적법 절차조자 지키지 않은 심각한 문제로 해석했다.

장윤미 변호사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 타당한지를 보려면 절차와 내용 타당성 두 가지를 보는데 이건 내용의 타당성을 떠나 절차조차 구비돼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며 한유총을 비판했다.

장 변호사는 "운영위원회가 없었다는 말은 이번 휴업이 절차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결정이란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를 살펴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유치원 운영위원회 구성 및 운영 부적절 지적을 받은 곳이 14곳이다.

경기도는 한유총 소속의 사립유치원이 가장 많은 곳으로, 이번 휴업에 총 77곳 사립유치원이 참여했다.

교육부는 4일 현재 전국의 모든 사립유치원들의 운영 여부를 확인한 결과, 오전 12시 기준으로 총 3875개원 중 239개원이 불법 개학연기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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