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백주년, 전북 독립운동 성지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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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구암동산, 전주 풍남문, 완주 삼례장터 등 도내 곳곳 만세시위 흔적
한강이남 첫 시위 군산3.5만세운동, 당시 군산 거주 조선인 90퍼센트 참가
지역 기독교계, 학생 주축..이후 신사참배 거부까지 연결
삼례장터 만세시위 관련 기록 제대로 남아있지 않아 안타까워
추후 전북 역사문화연구원 세워 체계적인 역사 정리 필요

■ 방송 : 전북CBS 라디오 <사람과 사람=""> FM 103.7 (17:05~18:00)
■ 진행 : 박민 참여미디어연구소장
■ 대담 : 조법종 우석대 교수

군산3.5만세운동의 성지인 구암교회.

 

3.1운동 백주년인 오늘 하루, 청취자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보내셨습니까. 이번 시간에는 대한민국 독립 만세가 울려 퍼졌던 백 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볼까 합니다. 서울 탑골공원서 시작된 만세운동의 불길은 한강 이남을 타고 내려와서 우리 지역 곳곳까지 퍼졌습니다. 한강 이남 첫 만세운동인 군산3.5만세운동이 대표적이고요. 풍남문과 구도청, 전주 서문교회와 신흥학교, 삼례장터 등 우리 지역에는 독립운동의 성지들이 여럿 있는데요. 지금부터 전북지역 독립운동 성지들을 순례해보는 시간 가져보죠. 함께 독립운동 성지 순례길을 떠나줄 분이세요. 우석대 역사교육과 조법종 교수,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 조법종> 네, 반갑습니다.

◇ 박민> 3.1절 백주년인 오늘 하루, 교수님은 어떤 마음으로 보내셨나요?

◆ 조법종> 어제 하노이의 북미 선언이 잘 풀렸다면, 오늘 그야말로 진정한 독립을 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을 텐데요. 이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고요. 그럼에도 우리가 불굴의 의지로 새로운 백 년을 시작해야 한다는 그런 마음을 가졌습니다.

◇ 박민> 자신의 운명은 자기의 손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진정한 독립이다?

◆ 조법종> 네, 그렇습니다.

◇ 박민> 아무튼 3.1운동은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작됐습니다만 점차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갔고요. 당시 우리 지역 역시 뜨겁게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지 않았습니까. 3.1운동사에서 전북이 차지하는 비중이랄까요. 어떻게 평가받고 있습니까?

◆ 조법종> 관련 자료를 살피는 과정에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한강 이남 지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전북 독립만세 시위의 행동들이 상당한 중요하게 기록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연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어쨌든 한강 이남 지역에서는 전북에서 첫 시위가 벌어졌고요. 기독교 단체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이뤄졌고 이후 운동까지 연결되는 점을 볼 때 당시 전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죠.

◇ 박민> 이번 시간에는 시간을 백 년 전 그날로 돌려보려고 해요. 당시 우리 지역에서 벌어졌던 대한민국 독립 만세시위 현장들. 그 첫 장소는 군산 구암동산이죠?

◆ 조법종> 3.1독립선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종교계였습니다. 핵심적인 역할은 손병희 선생을 중심으로 한 동학 세력을 들 수 있고요. 또 33인 중 16명이 참여한 기독교계가 있고요. 불교도 2명이 참여했고요. 조선시대 때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유교 등 기득권 세력의 참여가 전무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당시 3.1운동을 준비하면서 기독교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연결고리를 갖췄습니다. 그 과정에서 군산 지역에서 시위를 계획하게 됐어요. 그래서 독립선언서 등을 비밀리에 운반했고 군산에서 3.5만세운동이 벌어지게 된 거죠.

◇ 박민> 주목할 점은 3.5만세운동은 3.1시위 이후 한강 이남에서 벌어진 첫 시위라는 거죠. 서울 탑골공원의 3.1만세운동 나흘 뒤 군산에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통신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당시에는 상당히 빠른 시점이었어요.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거예요?

◆ 조법종> 미리 동시다발적으로 준비했던 겁니다. 군산 영명학교 졸업생이자 세브란스 학생인 김병수씨가 2월 28일에 독립선언서 200여 장을 가지고 내려왔고요. 그걸 3천5백여 장을 다시 인쇄하는 등 시위를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했습니다. 3.1독립선언 직후에 바로 시위할 예정이었는데 이게 일본 경찰에 발각되면서 시위가 조금 늦춰진 거죠. 시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체포되자 영명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그들을 구출하고 시위의 불길을 당겼습니다.

◇ 박민> 시위의 규모도 상당히 컸다고 들었어요?

◆ 조법종> 3월부터 5월 초까지 21회 정도의 시위가 상당히 조직적으로 진행됐고요. 연인원 2만 5천여 명이 참가했던 거로 기록돼 있습니다. 당시 군산에 살고 있던 한국인이 6천 5백여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조선인들이 참여해야 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당시 군산은 개항지로 일본인이 많이 살았거든요. 그런 환경에서 거의 모든 조선인들이 뛰쳐나왔다는 점을 보면 그 열기가 대단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 박민> 유관순 열사의 아우내장터 시위보다 한 달 정도 빨랐죠?

◆ 조법종> 군산은 3.1운동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만세운동을 이어받은 지역이었죠. 서울에서 각 지역으로 퍼지기까지 열흘 정도 걸렸는데요. 천안 아우내장터는 어린 소녀가 주동이 되면서 그 기간이 좀 길어졌고요. 여러 지역의 시점을 비교해 봐도 군산의 시위는 경이적이라고 볼 수 있죠. 당시 기독교계의 연결망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 박민> 군산 구암동산에서 당겨진 대한독립 만세의 불길. 불과 8일 만에 전주까지 도달했죠. 전주에서 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장소들은 어디 어디가 있습니까?

◆ 조법종> 전주의 핵심 공간입니다. 풍남문과 남문시장이 있고요. 구도청 일대, 우체국 사거리 일대가 독립운동의 성지가 되겠습니다.

◇ 박민> 그밖에 전주 신흥학교와 기전학교, 그리고 서문교회가 성지로 꼽히죠?

◆ 조법종> 그렇죠. 만세 시위의 참여자들이 그 교회 신자들과 학생들이고요. 이분들이 앞서 말한 핵심 거점지역으로 몰려와서 시위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3월 13일 날 전주 만세시위가 대대적으로 열렸습니다. 풍남문에서 시작됐고 구도청 자리까지 오는 과정에서 우체국 사거리에서 일본 경찰이 발포하는 상황도 발생했고요. 밤늦게까지 곳곳에서 시위가 진행됐습니다.

◇ 박민> 주역은 학생들이었어요. 기독교계와 함께. 학생들의 운동이 이후 신사참배 거부까지 이어졌어요?

◆ 조법종> 그렇습니다. 일본은 종교행위가 아니라 국가행위라고 호도했지만, 이것은 일본의 신에게 정신과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걸 거부하고 독립의지를 드러냈죠. 사실 신사참배를 거부한다는 건 미래의 보장된 삶을 포기하는 엄청난 선택이었습니다. 단순히 거부한다는 정도가 아닙니다.

◇ 박민> 교과서에 있는 한 줄의 글귀로 읽어 내려갈 부분이 아니에요.

◆ 조법종> 과연 우리에게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고민하면서 바라봐야 할 대목입니다.

◇ 박민> 그다음 순례를 떠나볼 곳은 완주 삼례죠. 여기서는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 조법종> 전주 시위의 여파가 지역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3월 24일, 삼례 지역의 장날이었는데요. 여기서 만세시위가 벌어진 겁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 시위의 핵심 내용이나 주도한 자들이 누구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시위가 있었다는 정도만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어찌 됐건 전주로 들어오는 가장 길목이었던 삼례에서 수백 명이 만세 운동을 벌였던 사건이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또 삼례라는 공간을 살펴보면 동학농민혁명 2차 봉기의 거점이었고요. 그 이전에도 민중들의 의지가 결집된 지역이었죠. 또 오늘 삼례 장터에서 우석대 학생들, 삼례 주민들과 함께 그날의 정신을 되새기는 행사를 가졌거든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 박민> 오늘 짧게 전북 지역에서 벌어졌던 독립운동의 성지들을 살펴봤는데요. 안타까운 점은 체계적인 정리가 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 조법종>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서 좀 미안하기는 한데요. 다른 광역자치단체에는 역사문화연구원이라는 곳이 다 있습니다.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정리하고, 홍보하고 문화콘텐츠화 작업을 하는 곳인데요. 우리 지역도 이런 연구원을 마련해서 좀 체계적으로 우리 문화와 역사를 정리해나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 박민> 네, 전북 지역 독립운동 성지와 앞으로 과제까지 우석대 조법종 교수와 짚어봤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조법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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