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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당구는 황금알?' 국내 vs 외세, 3쿠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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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은 순탄할까' 프로당구추진위원회와 스포츠마케팅 전문회사인 '브라보앤뉴'가 주최한 지난 21일 '프로당구 출범 선포식' 모습.(사진=브라보앤뉴)

 

최근 몇 년 동안 인기 스포츠로 떠오른 당구 3쿠션의 프로화를 놓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매니지먼트사가 주도하는 프로 리그 출범에 대해 세계당구연맹(UMB)이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프로당구추진위원회와 스포츠마케팅 전문회사인 '브라보앤뉴'는 지난 21일 '프로당구 출범 선포식'을 열고 3쿠션 프로리그인 'PBA 투어'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처럼 거액의 상금을 걸고 선수들이 경쟁하는 리그를 만들겠다는 것.

일반 대회는 총상금 2~3억 원 규모에 우승 상금 5000만 원, 메이저 대회는 총상금 4억 원에 우승 상금 1억 원을 건다는 계획이다. 기존 3쿠션 대회 중 최고액 수준의 상금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LG U+ 3쿠션 마스터스가 2017년 8000만 원의 우승 상금을 내건 바 있다.

일단 4월 프로 테스트를 거쳐 6월부터 내년 2월까지 6~8개 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내년 시즌부터는 5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0개 대회 이상, 향후 30개 대회까지도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하지만 세계 3쿠션을 관장하는 UMB는 PBA 투어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PBA 투어에 출전할 경우 UMB는 물론 각 국가 연맹이 주최하는 대회 참가 금지 제재를 내리겠다는 것.

파룩 엘 바르키 UMB 회장은 2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당구연맹 신년 하례식 및 시상식에 자리했다.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지만 바르키 회장은 PBA 투어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행사 뒤 기자회견에서 바르키 회장은 "선수들이 만약 PBA 투어에 나간다면 UMB 주최 대회에는 참가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규정에 따라 미승인 대회 출전할 경우 1회면 1년 동안 UMB 및 산하 국가 연맹 주최 대회에 나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파룩 엘 바르키 UMB 회장.(사진=코줌)

 

이에 대해 PBA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UMB가 한국 당구 시장과 당구인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세계당구계를 관장하는 UMB가 당구 발전이라는 가장 큰 의무를 도외시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도 전에 선수들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 카드를 먼저 내놓은 것은 프로화를 염원하는 많은 당구인과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둘 사이의 갈등은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3쿠션 인기를 누리는 한국 시장을 놓고 벌이는 이권 충돌로 보인다. PBA에 따르면 한국은 12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동호인에 전 세계 당구용품의 80%를 소비할 정도로 인프라가 갖춰졌다. 중계 시청률도 1% 안팎까지 나와 프로야구 버금간다. 3쿠션이 스누커 인기에 밀리는 유럽보다 훨씬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때문에 UMB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한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 UMB는 3쿠션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 등을 주관하고 있는데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상당한 액수의 중계권이 걸렸다. 바르키 회장은 이날 "사실 2017년 8월 브라보앤뉴가 UMB에 약 18억 원 규모의 후원을 제시했지만 정작 계약하기로 한 12월에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코줌 인터내셔널이 80% 정도의 규모로 후원사가 됐다"고 밝혔다.

PBA 측은 한국 시장의 인기에 UMB가 편승해 불로소득을 올린다고 지적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는데 돈은 UMB가 가져간다는 것이다. 브라보앤뉴 관계자는 "UMB의 주장은 프로를 해도 좋지만 UMB 산하에서 하라는 것"이라면서 "어쨌든 마케팅으로 얻은 수익을 가져가겠다는 욕심"이라고 꼬집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잘 나가는 외국 선수들을 보면 유니폼 광고의 60~70%가 한국 기업"이라면서 "또 외국 당구 용품 업체가 한국에서 올리는 수익도 적잖다"고 지적했다.

2017년 당시 역대 최대 규모 상금을 걸고 열린 LG U플러스 3쿠션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모습.(사진=LG U플러스)

 

선수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일단 선수들로서는 대회가 많아지면 상금, 즉 수입도 많아져 은근히 프로 리그 출범을 반기는 눈치. 하지만 기존 대회들을 열어온 UMB에서 제재를 받을까 걱정도 많다. '당구 천재' 김행직(전남연맹)은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신중한 모양새다. 정상급 선수로 꼽히는 에디 먹스(벨기에)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다만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적잖다. 3쿠션 간판 강동궁(동양기계)은 "사실 바르키 회장이 PBA 출전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한 것은 선수로서는 상당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지금까지 쌓아온 입지를 지키겠다는 입장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이어 "아쉬운 것은 UMB나 PBA가 사전에 조율을 했다면 이런 갈등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평행선으로만 간다면 결국 자신들의 이익만 찾으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대한당구연맹도 난감한 상황. 중간에 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연맹 관계자는 "프로화를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사전 교감과 이해"라면서 "PBA가 사실 일방적으로 출범을 선포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UMB도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 문제로 연맹과 갈등이 있었는데 PBA 때문에 연맹과 일심동체를 강조하는 것도 살짝 결이 다른 것도 같다"고 덧붙였다.

일단 PBA 참가를 공공연하게 밝힌 선수는 세계 랭킹 2위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이다. PBA 관계자는 "외국 선수 30명 정도가 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국내 선수들도 임정완 대한당구선수협의회장을 통해 출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의 3쿠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국. 과연 프로화를 놓고 벌어진 갈등이 해결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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