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불법 반출된 뒤 독일 박물관에 들어간 조선시대 문인석 한 쌍이 독일 박물관의 큰 결단으로 고국으로 돌아온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독일 함부르크 로텐바움세계문화박물관이 보관 중인 조선 중기 문인석 2점을 다음달 말 한국에 반환한다고 밝혔다.
이번 반환은 외국 박물관이 우리 유물의 소장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법성을 파악한 뒤 자진해서 돌려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문화재 환수의 모범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문인석 두 점은 1983년 독일인 헬무트 페퍼가 인사동 골동품상에게 사들이면서 독일로 건너갔고, 로텐바움박물관이 1987년 구매했다고 알려졌다. 문인석 두 점은 제작 시기가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로 추정되며, 손에 홀을 쥔 모습이나 의복 형태는 유사하나 크기와 표정엔 다소 차이가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이 박물관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독일 박물관이 먼저 "문인석의 유물 성격과 출처 측면에서 불법성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사안을 인계해 박물관 관계자 면담과 국내 전문가 검토를 거쳐 지난해 3월 유물 반환 요청서를 보냈고, 박물관도 문인석이 독일로 갈 때 이사용 컨테이너에 숨겨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함부르크주정부와 독일 연방정부에서 반환 절차를 진행했다.
문인석은 다음 달 19일 로텐바움박물관에서 열리는 반환식 이후 국내에 돌아와 4월 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공개된다.
바바라 플랑켄슈타이너 박물관장은 "이번 반환은 문화재 불법 유출이 오랫동안 사소한 범죄로 여겨졌고, 박물관 자신도 이를 자세히 살피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대한민국에 귀중한 유물을 돌려주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재단 관계자는 "독일 박물관의 이번 환수 사례가 우리 문화재를 소장한 외국의 많은 기관에 전파되고, 유물의 출처 확인 의무를 철저히 살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