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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개성·금강산 카드로 대타결 모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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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미국의 ‘부담’ 덜기 명분으로 남북경협 공론화
‘北 제재완화 vs 美 연락사무소’ 입장 차에 韓 중재역할 관심
北 제재완화-남북경협 분리 원칙은 걸림돌…북미 정상 결단에 좌우

통화하는 한·미 정상(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경제협력 문제를 언급함에 따라 북미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19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도 했다.

그동안 정부가 남북경협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한미공조 틀 내에 머물러온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사실 정부도 남북경협 중요성은 강조해왔다. 성장엔진이 식어가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미국의 대북 속도조절 요구로 인해 이를 표면화하는 것에 신중했을 뿐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남북경협을 일거에 공론화하려는 절묘한 외교적 수사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의 남북경협 언급이 북미협상의 어떤 맥락에서 나왔고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정상 간 통화라는 게 어느 정도 사전조율 하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남북경협 카드가 거론될 만큼 협상이 진전됐을 가능성과 함께 그 반대의 경우도 거론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1차 북미정상회담을 되짚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협상을) 마지막까지 밀어 붙이지 않고 두루뭉수리하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협상 분위기를 만드는 마지막 푸쉬(push)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미협상이 실무적 차원에서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본다. 다만 우리 입장에서는 비핵화·평화 프로세스 분위기를 살려야 하는 두 가지 측면이 혼재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어찌됐든 남북경협은 북미협상의 중요 변수로 사실상 공식화됐다. 만약 협상이 교착 국면이라면 남북경협을 타결을 위한 돌파구 또는 우회로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영변 +α(알파)’를 요구하며 그 상응조치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북한은 본격적인 제재완화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서로 상대편에 매기는 가격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등가 교환’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는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강제력 없는 조치로 보고 있다. 북한을 침공하거나 체제전복을 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약속이 설령 진심이라 해도 차기 정부까지 신뢰 가능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을 일방 파기했고, 국교 회복 후 대사 관계로까지 격상된 쿠바와도 단교 가능성을 위협한 바 있다.

연락사무소는 뚜렷한 국제법적 근거 없이 이익대표부나 상주대표부 등과 혼재해 쓰이는 개념으로 정식 공관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승인도 필요하지 않다.

한 전문가는 “연락사무소는 그 중에서도 가장 가벼운 형태다. 우리도 현재 개성에 연락사무소가 있지 않느냐”면서 “북한 입장에선 상응조치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제재완화에 집착하는 것은 경제 압박을 모면하려는 이유가 크지만, 제재완화가 그나마 불가역적인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스냅백’(snapback) 조항에 의해 제재 이전보다 더 큰 응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이완된 ‘제재 레짐(체제)’을 재가동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제한적이지만 불가역적 성격이 있다.

하지만 이처럼 현격한 북미 간 입장 차도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우여곡절을 거치며 많이 좁혀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최근 처음으로 제재완화를 언급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문제는 북한이 제재완화와 남북경협을 전혀 다른 사안으로 분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전제조건과 대가 없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제안했지만 이는 ‘우리 민족끼리’ 차원의 대남 메시지 성격이 짙다.

북한의 논리에서 보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미국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제재완화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 남북경협 허용은 당연한 것이고 제재 자체가 철회돼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북한도 현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내민 남북경협 카드를 마냥 외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즉각적인 외화 소득원으로 실익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자국의 독자 제재나 유엔 제재의 틀을 건드리지 않는 것은 물론, 금전적 지출도 전혀 하지 않은 채 외교 치적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구미가 당기는 요인이다.

미국이 만약 남북경협에 대한 자율권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제재완화의 물꼬를 튼다면 북한도 ‘영변+α’로 화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문 대통령의 막판 중재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모든 협상카드가 테이블에 올라왔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최종 결단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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