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표정의 원희룡 제주지사(사진=연합뉴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광역·기초단체장과 교육감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17일 전국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국의 당선인은 모두 140여 명에 달한다.
이 중 광역단체장은 권영진 대구시장·송하진 전북지사·원희룡 제주지사·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등 5명이고, 교육감은 김승환 전북교육감·강은희 대구시교육감·노옥희 울산시교육감 등 3명이다. 기초단체장은 36명이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 된다.
최근 잇따른 판결로 일부는 직위를 유지할 수 있는 형이 확정돼 선거법의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러나 상당수는 1심 또는 2심이 진행 중이어서 대법 확정판결 전까지는 결코 다리를 뻗고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다.
◇ 권영진 "재판 끝", 송하진·원희룡 "휴∼", 이재명 "담담", 김경수 "이럴 수가"
광역단체장 중에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송하진 전북지사가 가장 먼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단체장 신분으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 2심에서 선고된 벌금 90만원의 형이 확정돼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 채 자신의 업적을 홍보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단체장 신분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4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급한 불을 껐다.
여러 의혹에 둘러싸여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재판은 지난달부터 계속되고 있다.
특히 최대관심사인 '친형 강제입원'에 대한 법원의 첫 심리가 지난 14일 열려 관심을 모았다.
이 지사 측은 '진단을 위한 입원'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서 앞으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는 댓글 조작 대가로 드루킹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이 상급심에서 최종 확정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게 된다.
김경수 경남지사(왼쪽)와 드루킹 김동원 씨.(사진=연합뉴스)
◇ 재판 부담 벗어던진 김승환…위기에 빠진 강은희·노옥희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김 교육감 모두 항소하지 않아 1심이 그대로 확정됨에 따라 김 교육감은 재판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반면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선거홍보물에 정당 경력을 넣은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교육감직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
지방선거 TV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옥희 울산시교육감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검찰이 구형해 좌불안석이다.
◇ 1심 형량에 따라 '울고 웃고'…선고 앞두고 '불면의 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은 기초단체장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명절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7만원 상당의 홍삼 선물 수백 개를 살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항로 전북 진안군수는 지난 15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황인홍 전북 무주군수와 '재산신고 채무 누락' 혐의의 우석제 경기 안성시장은 각각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역 신문사 창간 지원금 5천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이윤행 함평군수는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인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정훈 서울 강동구청장은 경선 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은 구청장 적합도 여론조사를 유권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구청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무죄 또는 벌금 100만원 미만이 선고된 기초단체장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재임 기간 업적을 SNS 등에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일호 경남 밀양시장은 지난 15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져 큰 부담을 덜었다.
ARS로 지지를 호소한 강인규 전남 나주시장도 같은 날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된 김종식 전남 목포시장과 업적에 대한 홍보 동영상을 SNS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심규언 강원 동해시장은 지난 14일 1심에서 각 벌금 80만원과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충남에서는 김정섭 공주시장과 김석환 홍성군수 등 2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각 80만원과 90만원을 선고받아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껐다.
경선 전 명절 인사장 9천장을 발송한 혐의를 받는 이승옥 전남 강진군수도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기부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엄태준 경기 이천시장과 노인정에 자신의 이름이 인쇄된 달력을 나눠준 한정우 경남 창녕군수는 각 8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돼 직위를 유지하게 됐다.
나머지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단체장들은 노심초사 속에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1심에 이어 2심에서 증거·증인에 대한 판단과 법리 오해, 사실오인 등의 사정에 따라 판결이 뒤집히는 경우도 있는 만큼 확정판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안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