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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눈 할머니들이 써내려 간 詩… 영화 '시인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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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 문턱은 밟아보지도 못한 채,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시골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며 시까지 쓰게 된 사연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담은 시를 쓰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한 할머니들과 그 할머니들에게 글을 가르쳐온 한 목회자 아내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돼 개봉했습니다.

영화 '시인 할매'를 이빛나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영화는 시를 읊는 한 할머니의 목소리로 시작됩니다.

[현장음]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위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 사박."

늘그막에 글을 배운 윤금순 할머니의 '눈'이라는 시로 문을 여는 영화 '시인 할매'입니다.

'시인 할매'는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전남 곡성의 평균연령 80세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면서 아름다운 시들을 써내려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영화 '시인 할매' 스틸.

 


우연한 기회로 할머니들의 시를 접한 크리스천 이종은 감독이 3년여에 걸쳐 제작한 작품입니다.

[인터뷰] 이종은 감독 / 영화 '시인 할매'
"시에 담긴 어머님들의 삶의 흔적들이 너무나 강해서 '과연 어떤 분들이 이런 시를 쓰셨을까 또 누가 이 까막눈 할머니들에게 글을 가르치셔서 시까지 가르치셨을까' 라는 궁금증이 있어서 수소문해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들에게 처음 글을 가르친 건, 곡성 입면제일교회 담임목사의 아내입니다.

목회자의 아내이자 조손 가정과 한부모 가정 아이들을 위한 작은도서관을 운영해 온 김선자 관장은 책 정리를 돕겠다며 나선 마을 할머니들이 글을 몰라 책을 거꾸로 꽂는 것을 보고, 곧바로 한글 교실을 열었습니다.

2009년 한글 교실을 시작한 김 관장은 이듬해인 2010년에는 시 쓰기 수업을 시작해, 글을 배운 할머니들이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시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할머니들을 향한 김선자 관장의 사랑과 헌신은 영화에도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인터뷰] 이종은 감독 / 영화 '시인 할매'
"김선자 관장 같은 경우에는 어떤 보수도 바라지 않고, 명예도 바라지 않고, 오직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가지고 공동체와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모습이 어쩌면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가슴에 묻어뒀던 삶의 모진 풍파를 시를 통해 꺼내놓기 시작한 할머니들과 그 할머니들을 섬기며 글을 가르치는 김선자 관장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영화 '시인 할매'는 치열한 삶에 지친 관객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CBS 뉴스, 이빛나입니다.

[영상취재] 정용현 [영상편집] 조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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