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체포됐다 '훈방'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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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문의면 산란계 농장 수개월 째 무차별 공격
15일 먹잇감 노리다 농장주에게 덜미… 경찰 인계
천연기념물 324-2호, 야생동물협회 방생 조처

(사진=충북지방경찰청 제공)

 

충북 청주시 문의면에서 소규모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이문수(72)씨는 수개월 동안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넉 달 전부터 닭장에서 한 마리씩 감쪽같이 사라진 닭이 11마리에 달해서다.

처음 30여 마리에 달했던 닭은 지금은 9마리로 줄었다.

15일 아침 드디어 범행 현장을 목격한 이 씨가 기회를 잡았다.

아침 먹잇감을 노리느라 방심한 도둑 부엉이를 드디어 현장에서 체포(?)했다.

"아침 농장에 나와 보니 큰 부엉이 한 마리가 가만히 앉아 있길래 볏가마니로 씌워서 잡아 버렸지."

하지만 이 씨는 넉달 넘게 속을 썪인 도둑을 잡고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보상은 커녕 이걸 어디다가 풀어준다는데 다시 또 안 올라나 몰라."

부엉이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던 이 씨는 부엉이를 우선 인근 문의파출소로 넘겼다.

그러나 경찰도 가뜩이나 천연기념물 324-2호로 멸종 위기에 있는 귀한 몸값(?)의 조류에게 죗값을 물을 순 없었다.

경찰은 결국 한국야생동물호보협회 청주지부와 협의해 이 부엉이를 3시간 만에 인근 야산에 풀어줬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농민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수리 부엉이는 날 때 거의 소리가 나지 않는 특수한 깃털구조를 가지고 있어 '최고의 야간 사냥꾼'이라고 불린다"며 "농민에게 붙잡혀 경찰서까지 잡혀오는 굴욕으로 죗값을 치른 셈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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