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도입 당ㆍ정ㆍ청 협의회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정청이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일선 경찰 사이에서는 기피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지자체에서 주문하는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하다 경찰로서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치안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일선 경찰관 사이에서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재 제주도에서만 시행 중인 자치경찰제를 올해 안에 서울과 세종 등 5곳에 시범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이 가능하도록 시·도지사에게 자치경찰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 임명권을 부여하고,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 교통 등 주민밀착형 민생치안을 주요 임무로 맡게 된다는 게 골자다.
이날 발표에서 민주당은 "처우나 신분에 불안정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에서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지만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자치경찰로 편입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상당하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게 돼 업무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일선 경찰서에 일하는 한 경찰관은 "치안업무의 중앙에서 허드렛일을 하러 가게 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며 "특별사법경찰의 잡일을 처리를 하러 가는 거냐며 전반적으로 반감이 강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자치경찰 제도 시범실시를 대비해 발렛파킹 등 불법 주정차 단속, 심야시간대 택시 승차거부 단속 등의 '자치경찰 활용방안'을 수렴했다가 경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경찰공무원의 지위가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이전되는 것에 따른 반발도 있다.
수사파트에서 근무하는 다른 경찰관도 "경찰공무원이 지방직이 되니 위상을 낮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며 "아직 신분이 명확하진 않지만 지자체에서 잡일을 처리하는 식은 아니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명분 자체는 지역 주민들의 치안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한다는 것이지만 효율성과 예산분배에 대한 우려가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방공무원은 지방직을 국가직으로 바꾸려는 논의도 있는 마당에 경찰은 거꾸로 가는 게 맞느냐는 걱정도 있는 것 같다"며 "지자체의 재정이 어렵다는 얘기도 있어 지방별로 차별이 있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12신고 처리를 비롯해 도주범 검거나 차량 추적 등의 여러 사건 현장 상황에서 지역간 경계가 생겨 치안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한 경정급 경찰관은 "요즘 사건은 시도 경계를 넘나들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자치경찰로서는 활동 범위가 제약될 수밖에 없어 자칫 광역 사건 발생 때 국가경찰관 자치경찰의 협조가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