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제공)
배우 이경영이 SBS 새 월화드라마 '해치'로 18년 만에 지상파에 복귀하면서 암묵적으로 이어져 온 중범죄 경력을 지닌 유명인들에 대한 지상파 출연 규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경영은 '해치'에서 서인 노론세력의 실질적인 우두머리이자 후에 영조가 되는 연잉군 이금(정일우 분)과 끝까지 대치하는 인현왕후의 오라비 민진헌 역을 맡아 비중 있는 악역 연기를 펼친다.
이경영이 지상파에 18년 만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미성년자 성매매 유죄 판결 때문이다. 그는 2001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고 2002년 2심에서 최종적으로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사회봉사 160시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KBS·MBC·SBS 지상파 3사에서는 출연 정지 명단 등 암묵적으로 이경영의 출연을 규제했다.
영화계는 사정이 달랐다. 이경영은 2003년과 2004년 어떤 영화에도 출연하지 않았지만 2005년부터 다시 왕성한 활동을 시작해 현재 충무로 대표 조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드라마 출연도 당연히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경영은 tvN 드라마 '미생' '비밀의 숲' '아르곤' '나인룸', JTBC 드라마 '디데이' '미스티' 등에서 주·조연을 맡아 활약했다. 그럼에도 그 활동 범위는 어디까지나 케이블·종편에 국한돼 있었다.
결국 이번 '해치'에 출연하면서 이경영은 유죄 판결 이후 처음 지상파로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된 셈이다. MBC도 이미 2014년에 이경영의 출연 정지를 해제했지만 그가 MBC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KBS는 2013년 10월 영화에 한해 출연 규제를 해제했고 드라마 출연 규제는 해제하지 않은 상태다.
SBS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일단 우리는 출연 정지 명단이 없다. 다만 출연자의 출연이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보일 경우에는 심의팀, 홍보팀, 제작진 등이 참여해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쳐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경영의 출연 역시 이런 과정 속에서 결정됐다.
SBS 드라마 본부 측은 "(이경영 출연에 대해) 많은 시간 심각하게 고민했다. 신중한 논의 끝에 이경영씨가 20년 가까이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동안 영화와 케이블, 종편 등에서 많은 작품을 통해 좋은 연기를 보여 왔으며, 민진헌 역에 마땅히 이경영을 대체할 만한 배우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시청자들께서 직접 전문가적 시각으로 배우의 연기를 엄중하게 평가하신다. 조금만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미성년자 관련 범죄 경력이 있는 배우를 굳이 지상파가 기용하는 행태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지상파는 영화나 케이블·종편 채널 등처럼 취사 선택이 불가능하고, 공공성과 공익성을 중요 가치로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빈축을 사는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관계자는 "비단 이경영씨뿐만 아니라 영화계부터 지상파 방송사까지 범죄 경력 연예인들을 자체적으로 용서해주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 분위기가 문제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캐스팅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미성년자 성매매 범죄 피해와 이에 대한 문제 의식 자체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문제 소지가 있는 연예인들이 면죄부를 받고 그것이 또 다른 출연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송사들이 모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과연 지상파 방송사들이 자신들의 영향력과 책임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