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의 김해란(왼쪽)과 GS칼텍스의 이고은. 두 선수의 플레이가 경기의 향방을 결정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환상적인 수비, 안타까운 선택. 한 끗 차이가 흐름을 바꿨고 결국 경기 결과로도 이어졌다.
1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는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최종전이 열렸다.
1, 2위 팀 간의 대결로 경기 전부터 관심이 뜨거웠다. 흥국생명은 승점 48(16승 8패)로 단독 1위에 올라있고 GS칼텍스는 승점 43(15승 9패)으로 뒤를 이었다. 매진에 육박하는 3716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열기를 증명했다.
승리는 양 팀 모두에 절실했다. 흥국생명은 1위 자리를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 3, 4위인 한국도로공사, IBK기업은행과 같은 승점을 기록 중인 GS칼텍스는 '봄 배구'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승점 사냥을 노렸다.
올 시즌 맞대결에서는 GS칼텍스가 3승 1패로 우위에 있는 상황.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힘든 경기가 예상됐다.
승부는 사실상 1세트에서 갈렸다. 결정적인 두 장면이 승패를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초반 분위기는 GS칼텍스가 좋았다. 18-12까지 앞서며 흥국생명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내 추격을 허용했다.
흥국생명은 20-23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이재영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22-23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GS칼텍스가 이내 알리의 후위 공격으로 먼저 세트 포인트에 도달하며 경기를 유리하게 풀었다.
단 1점만 더 허용하면 1세트를 내주게 되는 흥국생명. 결정적인 순간 리베로 김해란의 수비가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김해란은 23-24에서 알리의 강한 후위 공격을 뒷걸음치며 넘어지는 순간에도 팔을 뻗는 기지를 발휘해 공을 받아냈다. 김해란의 수비로 기사회생한 흥국생명은 상대 범실로 끝내 24-24 듀스를 만들었다.
반면 GS칼텍스는 세터 이고은의 선택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고은 26-26으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상대에게 토스가 완벽히 읽혔다.
한다혜의 리시브 이후 이고은은 제자리에서 높게 뛰어올라 자신의 바로 뒤에 있던 알리에게 토스했다. 김세영과 톰시아가 떡하니 버티고 있던 쪽으로 공격 방향을 택한 것이다.
물론 큰 공격이 필요한 상황이라 알리를 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상대가 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높이가 장점인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면 공격수가 이길 확률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토스 자체도 높아 상대가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 오히려 빠르게 연결했다면 알리 쪽에 승산이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결국 이 승부에서 알리의 두 번의 공격이 통하지 않고 오히려 톰시아에게 실점하며 GS칼텍스는 26-27로 역전을 당했다. 그리고 이후 알리의 공격 범실이 나오면서 길었던 승부 끝에 고개를 떨궜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GS칼텍스는 2세트마저 13점의 큰 점수 차로 내주고 말았다.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GS칼텍스는 결국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0-3(26-28 12-25 23-25)으로 완패했다. 선두와의 격차를 좁히며 '봄 배구' 진출에 한발 앞서가려던 그들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