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당권주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세론을 형성하던 와중에 배박(배신한 친박)논란과 전대 보이콧 등 막판 악재를 만나면서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북미정상회담과 일정이 겹친다는 이유로 전대 연기를 요구하며 '보이콧'을 진행 중이던 당권주자 6명 중 한 명인 홍준표 전 대표가 후보등록일 하루 전인 11일 불출마를 선언하며 경선 판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일 오세훈 전 시장과 홍 전 대표를 비롯한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의원 등 당권주자 6명이 요구한 전대 연기 문제는 여전히 교착상태다. 이들은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고려해 2주 이상 연기를 요구하면서 수용되지 않을 경우, 후보등록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당 지도부와 선관위는 재차 '연기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예정된 일정대로 전대를 진행하겠다고 했고, 박관용 선관위원장도 긴급 전체회의 후 일정 변경은 없다고 일축했다.
일부 당권주자들과 선관위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급기야 홍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전대는 정정당당하게 상호 검증을 하고 공정하게 경쟁해 우리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검증 미비를 거론하면 우회적으로 황 전 총리를 겨냥했다.
나머지 당권주자들 5명까지 이탈할 경우,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의 2파전이 예상돼 '반쪽 전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정통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어 향후 당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 전 총리는 이날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 전 대표 불출마에 대해 "다 함께 하는 전당대회가 되길 바랐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전대 일정은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탄핵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를 맡았던 유영하 변호사가 최근 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황 전 총리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면서 제기된 '박근혜 배신론'도 진박(진실한 친박)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배박' 논란과 관련해 황 전 총리는 지난 9일 경북 구미 소재 박정희 대통령 생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어려움을 당하신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자고 생각했다"며 "특검에서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했는데, 이 정도에서 끝내야 한다고 봐서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배신자'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명이었지만, 오히려 이같은 대응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박 전 대통령을 위해 특검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했다는 것 자체가 '권력남용'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등은 이날 즉각 논평을 통해 "국정농단의 공범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 "권력 남용을 자인한 셈"이라며 맹비난했다. 황 전 총리는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부산 자갈치 시장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당시 수사할 것이 다 됐기 때문에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내에선 전대 일정 변경, 배박 논란 등과 관련해 황 전 총리 스스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대로 전대를 치르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황 전 총리가 이런 부분을 잘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전대 연기를 주장하며 보이콧을 한다는 게 애당초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없다"면서도 "이제는 황 전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국민들이 바라보는 상황이라 개인의 정치력에 달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