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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용의 뼈때리는 농담과 고민,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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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용 신임 국가대표 선수촌장이 11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신임 임원 상견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진천=연합뉴스)

 

2019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개시식이 열린 11일 충북 진천 선수촌.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각 종목 선수, 지도자들이 올해 훈련을 시작하며 각오를 다지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신치용 신임 선수촌장도 함께 했다. 신 촌장은 지난 7일 체육회 이사회에서 신임 촌장으로 선임됐다. 당초 정성숙 부촌장은 일찌감치 부임했지만 신 촌장은 우여곡절 끝에 선임됐다.

사실 최근 어수선한 체육계 상황에 선수촌장은 어려운 책임이 따른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한체대)의 성폭행 폭로로 촉발된 체육계 미투로 합숙 폐지 등의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선수들의 훈련을 총괄해야 하는 선수촌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신 촌장은 일단 개시식 뒤 기자회견에서 당찬 포부를 밝혔다. 먼저 신 촌장은 준비해온 원고를 들고 "앞으로 선수 및 지도자를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 국민 앞에 자랑스러운 선수촌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체육계가 힘든 시기인데 부끄러운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폭력 등 각종 비위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취임일성을 밝혔다.

사실 합숙 훈련은 한국이 스포츠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 중에서도 태릉과 진천 선수촌은 국가대표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피땀 흘려 담금질한 한국 체육의 요람이다. 하지만 최근 폭력과 성폭력은 물론 남자 체조 선수가 여자 친구와 선수촌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등 일탈 행위가 벌어진 장소로 세간의 눈총을 받고 있다.

신 촌장은 선수들의 인권과 성적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회견 뒤 따로 만난 신 촌장은 짐짓 "왜 내가 선수촌장을 하겠다고 나섰는지 후회가 된다"고 농담을 던졌다. 우스갯소리였지만 깊은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체육계 폭력과 성폭력 폭로 움직임 이후 일선 지도자들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 국가대표 출신 지도자는 "앞으로 어떻게 선수들에게 강한 훈련을 주문할지 막막하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폭력은 아니지만 말 한 마디에도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신 촌장은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위축되면 절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면서 "앞으로 이런 부분을 잘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높아진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목표도 있다. 신 촌장은 "2020년 일본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리는데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우리 효자 종목도 내년 올림픽에서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신 촌장은 지도자 시절 최고의 승부사로 불렸다. 삼성 배구단 사령탑으로서 실업 시절 슈퍼리그 8연패와 겨울리그 77연승을 이끈 신 촌장은 프로배구 원년(2005년) 챔피언을 비롯해 2007-08시즌부터 7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견인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금메달도 이끌었다.

신 촌장은 "아내가 집안에 4명이나 선수 출신인데 한번 승부를 보라고 하더라"면서 "높은 연봉(삼성스포츠단 고문)을 포기하고 온 만큼 국민들의 기대에 맞는 성과를 내보겠다"고 다짐했다. 신 촌장의 아내 전미애 씨는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으로 딸 신혜인 역시 농구 스타 출신이고 사위 박철우는 삼성화재 및 국가대표 주포. 신 촌장의 승부사 기질이 이제 다시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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