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빈곤 문제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간과하기 쉽지만 우리 사회가 마주한 분명한 현실이자,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한국교회가 반드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과제다.
지난 2017년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83. 1%가 하루 한 끼 이상 굶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43.2%는 밥을 굶는 이유로 '세 끼를 다 먹으면 식비 부담이 크다'며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지금 시대에 경제적 이유로 밥을 굶는 청년들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식비의 부담으로 끼니를 거르고 있는 것이다.
다음 달 대학 졸업을 앞둔 이충원 씨 역시 대학 재학 시절 내내 경제적인 사정으로 인해 끼니를 거르거나 값싼 음식으로 배를 채워야만 했다.
과외를 비롯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막노동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벌었지만 학비와 주거비 등 고정된 지출을 제외하고 아낄 수 있는 건 식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돈을 아끼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유통기간이 지난 폐기식품을 먹곤 했다"며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니 삶이 무기력해지고 우울감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씨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 준 건 기아대책의 '청년도시락'이었다.
기독 NGO 기아대책은 지난 2017년부터 경제적 이유로 끼니를 거르는 청년들에게 식비를 지원하는 '청년도시락'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매 학기마다 형편이 어려워 식비를 줄이는 대학생 60여 명에게 식권 구입 비용을 지원해 청년들이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기아대책이 지원하는 따뜻한 밥 한 끼는 청년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건 물론이고, 식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던 시간을 자기계발과 학업 등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식비 지원 이후 학업에 전념할 수 있어 전 과목에서 A+를 받는 등 실질적인 삶의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며 "무엇보다 누군가 뒤에서 응원해 주고 있단 사실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기아대책의 김선 간사는 "청년들은 청년도시락 사업을 통해 나비효과를 경험했다고 말해준다"며 "식비만 지원했을 뿐인데도 청년들은 삶의 의욕과 자존감을 회복하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회들도 배고픈 청년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청년 지원에 나서고 있다.
노량진에 위치한 강남교회는 인근 고시촌 청년들에게 20년 가까이 아침식사를 제공해왔고, 성북구의 성복중앙교회도 '새벽만나'라는 이름으로 인근 지역 학생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해오고 있다.
특히 성복중앙교회는 지난해부터 청년들의 주거비 지원도 시작했다.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분기마다 주거비와 생활비 용도로 50만 원을 지원하는 이른바 '청년 희년기금'제도다.
중국에서 살다가 대학 진학을 위해 홀로 한국에 온 황예은 씨는 아버지의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져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됐을 때 처음으로 청년 희년기금을 이용했다.
황 씨는 "하루 종일 돈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억울하고 서러웠다"며 "교회에선 물질적인 게 다가 아니라고 가르치지만 정말 경제적으로 힘들 땐 그 말이 와닿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교회가 청년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준다는 사실은 황씨를 비롯한 많은 청년들에게 큰 위안을 줬다.
황 씨는 "교회가 통해 경제적 아픔을 가진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며 "교회가 요즘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에 더욱 관심을 갖고 마음의 안식처가 돼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장 푸르러야 할 시기에 경제적 이유로 좌절하고 낙심하는 청년들의 삶에 교계의 관심과 위로가 간절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