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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m 두고 생사 엇갈린 구제역 마을…전체가 초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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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주고, 한 바퀴 더 돌아" 구제역 농가들의 불안한 '설'나기
구제역 6일째 '잠잠'…7일 전국 일제 소독의 날 운영

구제역 방역을 위해 축사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농협 제공)

 

"아침 저녁으로 사료를 주는 데 한 바퀴 더 돌게 되더라고. 사료 주면서 쳐다보고, 한 바퀴 또 돌면서 잘 먹고 있는지 보는 거지…."

지난달 29일 구제역이 덮친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평생을 소를 먹여온 강모씨(63)는 이번 설 같은 분위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최초 발생 농가에 컴퍼스 철심을 꽂고 반경 500m를 돌려 살처분 여부가 결정됐다. 불과 1~2m를 사이에 두고 생사가 엇갈렸다.

강씨의 소 150마리는 이번에 다행히 살처분을 면했다. 그래도 강씨는 별달리 기쁘지 않다고 했다. 동네가 모두 초상집인데 홀로 기뻐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강씨는 "1m 차이도 안 나는데 빠졌다. 마을이 크지도 않은데 누군 들어가고 누군 안 들어갔다"며 "(살처분을) 하려면 마을 전체를 하든지, 아니면 걸린 사람만 하든지 했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마을 주민 홍모씨(73)도 "살처분 반경에 들어간 사람이나 안 들어간 사람이나 마음이 좋지 않은 건 똑같다"며 "예년 같으면 성묘 갔다 와서 술 한 잔씩 나눠 먹고 했었는데, 올해는 집밖에 나오는 사람도 없었다"고 냉랭했던 설 분위기를 전했다.

한우 2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모씨(62)도 불안한 마음에 어떻게든 조용히 설 명절을 보내기 위해 애썼다. 오겠다는 자녀들을 억지로 막을 수 없어 마을에 들였지만, 일체 우사(牛舍)에는 얼씬도 못하게 했다.

이씨는 "거의 자식이나 마찬가진데, 이렇게 되니까는 너무나 불안하다"며 "내 소 내가 살리기 위해서는 내가 스스로 소독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예방접종을 한 지 3개월밖에 안 됐지만 이번에 마을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또다시 모든 소에 백신을 투약했다.

안성시는 구제역 감염항체(NSP)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농가 9곳의 우제류 740여 마리를 예방적 살처분 했다.

◇ 구제역 6일째 '잠잠'…7일 전국 일제 소독의 날

지난달 28일 경기 안성시 금광면에서 올 겨울 들어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29일 안성시 양성면 한우 농가와 31일 충북 충주시 한우 농가까지 연이어 발생했지만, 설 연휴 기간 동안 추가 발병은 나타나지 않았다.

설 연휴 기간까지 농림축산식품부는 소와 염소 등 모두 2,272마리를 살처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안심은 이르다. 구제역의 잠복기는 최대 14일에 달한다. 특히 구제역 백신 항체는 예방접종 뒤 4∼5일이 지나야 형성된다. 이달 3일 백신 접종을 완료한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1주일이 구제역 차단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농식품부는 판단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7일을 전국 일제 소독의 날로 운영하기로 했다.

일제 소독에는 지방자치단체·농협 등이 보유한 공동방제단 540대, 광역방제기 96대, 군부대 제독 차량 13대, 드론 40대, 과수원용 SS 방제기 43대 등이 투입된다.

전국 모든 축산농가 역시 자체 보유한 장비를 이용해 축사 안팎, 시설, 장비, 차량 등을 소독한다.

특히 설 연휴 이후 정상 운영하는 전국 포유류 도축장 73곳도 일제 소독을 하고, 시·군 소독 전담관을 보내 소독 상황을 감독한다.

농식품부는 "앞서 48시간 이동 제한과 연휴로 대기하고 있던 도축 물량이 동시에 출하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교차오염 위험을 차단할 것"이라며 "소독 전담관의 지도·감독 아래 도축장 진입로, 계류장, 가축 운반 차량 등의 잔존 오염물이 없도록 철저히 소독·세척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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