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백악관 제공/자료사진)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나름대로 결실을 맺기까지는 미국 국내정치 요인이 최종 변수가 될 것이란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워싱턴 정치의 '이단아' 트럼프에 대한 미 주류사회의 시선이 곱지않고 여차하면 어깃장을 내려 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북미 대화가 좀 탄력을 받자 '비핵화 회의론'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만도 국방정보국(DNI)과 중앙정보국(CIA) 같은 정보기관 수장들이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비핵화 회의론의 한 갈래이면서 보다 진화한 형태는 '스몰 딜'(Small Deal)이다.
미국이 본토에 직접 위협이 되는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정도만 제거하는 선에서 협상을 타결 지으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고 힘이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멀고도 힘든 비핵화 대신 가깝고 쉬운 핵동결의 길을 택할 것이란 추론에 근거한다.
이럴 경우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 행세를 하게 되고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핵 포로 신세로 남게 된다.
특히 한국으로선 주한미군 감축·철수 가능성과도 맞물려 지금보다도 못한 최악의 안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꽤 그럴싸한 이 시나리오는 수십년 거듭된 북핵협상 실패와 강대국 입김에 휘둘려온 패배주의를 자양분 삼는다. 이번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숙명론적 프레임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벌써부터 스몰 딜이 '나쁜 딜'(Bad Deal)로 치부되는 이유다.
물론 회의론자들의 예상처럼 비핵화 협상이 스몰 딜 자체로 끝나버린다면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역사적 경험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보여준다. 일단 한 번 굴러가기 시작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중간에 멈춰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크라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평화적 핵 포기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리비아, 이라크(나중에 핵 보유 사실 없음으로 판명) 등 강제적 핵 폐기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비핵화 의제는 이제 트럼프와 김정은 두 개인이 좌우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고 봐야 한다.
그러기엔 각자 해놓은 말들이 너무 많고 이해 당사자도 많아졌다. 그들의 정치적 계산이나 진정성 여부와 상관없이 설령 멈추려 해도 멈추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예컨대 미국으로부터 '배신' 당한 한국이 독자적 핵 개발에 나서고 이에 질세라 일본이 뒤따르는 동북아 '핵 도미노'는 기우에 가깝다.
핵우산을 제공해 한국과 일본을 통제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뿌리부터 흔들리기 때문이다. 트럼프라면 몰라도 군산복합체를 포함한 주류사회가 용인할리 만무하다.
사실 말이 쉽지 스몰 딜만 해도 매우 어려운 목표다. 엄밀한 기준에서 아직 전쟁 중인 두 나라 정상이 이제 겨우 두 번째로 만나는 것이다. 많은 성과를 바라기엔 지난 70년의 적대와 불신의 골이 너무나 크다.
회의론도 좋고 신중함도 좋지만 낙관적 인내심도 최소한 그 만큼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