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윤창원기자
재벌개혁의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가 태광그룹을 시작으로 조만간 주요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관련 제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동안 재벌의 '자발적' 개혁만을 강조한다며 개혁진영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제재를 본격화함으로써 '재벌개혁 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9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취임하고 1년 반 동안 재벌개혁을 위해서 한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가 뭐냐 하면 일감몰아주기를 엄정하게 조사, 제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작년에만 10개의 그룹을 조사했다"면서 "하나씩 하나씩 처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공정위는 조만간 지난해 조사한 10개 그룹 가운데 태광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사익편취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태광은 '황제보석' 논란이 일었던 이호진 전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골프장에서 만든 김치와 와인 등 물품을 다른 계열사들이 비싸게 사주는 방식 등으로 총수일가가 부당이익을 얻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 뿐만 아니라 공정위는 대림, 하림, 금호아시아나그룹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혐의를 잡고 제재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대림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대림코퍼레이션 등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총수일가가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림의 경우 김홍국 회장이 자녀에게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물려준 뒤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부당하게 승계한 부분에 대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는 박삼구 회장이 그룹 재건 작업 과정에서 계열사의 자금을 빌려오면서 시장금리보다 낮은 이자율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지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과 SK, 한진, 한화, 미래에셋 등 지난해 조사한 10개 그룹에 대한 제재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현 정부 들어 공정위가 주도해 재벌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해소 등 개혁작업을 진행해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재벌의 '자발적' 개혁을 촉구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진보학계와 시민단체 등 개혁진영에서는 현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나왔고 일각에서는 재벌개혁이 물건너갔다는 푸념까지 나온 상황이다.
하지만 태광그룹을 시작으로 10개 재벌그룹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 되면서 그동안 재벌개혁을 재벌의 선의에만 맡겨왔다는 비판을 받았던 공정위가 재벌개혁을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드는 모양새가 됐다.
여기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공을 들여왔던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어서 재벌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와 함께 재벌개혁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도 동시에 추진된다.
1980년 제정 이후 처음으로 전면 개편되는 공정거래법은 사익편취 규제기준 강화,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 재벌개혁과 관련된 사전적 규제들이 다수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