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KDB산업은행이 지분 전체를 출자하는 방식으로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인계하는 대우조선 민영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우조선 지분정리가 완료되면 국내 조선산업이 양강체제로 전환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31일 관련 이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일반적인 M&A와 달리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의 현물출자와 인수자의 대우조선해양 앞 유상증자 등이 복합된 복잡한 거래 구조를 띠고 있어, 공개매각 절차로 거래를 추진하기는 불가능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잠재 매수자인 삼성중공업 측에도 조만간 접촉해 (대우조선) 인수 의향을 타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이날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기존 현대중공업지주회사를 대체할 새 통합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새 통합법인은 현대중공업 등 기존 계열사에 더해 대우조선까지 계열사로 두게 된다.
산업은행은 새 통합법인에 대우조선 지분 55.7%(5973만8211주) 전량을 현물출자하게 되고, 대신 새 통합법인은 산업은행에 신주(전환상환우선주 및 보통주)를 발행해 내주게 된다. 상환전환우선주 1조2500억원어치와 보통주 600만9570주가 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1조5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금부족 시에는 추가로 1조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31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다. 인수가 성사되면 국내 조선업계는 기존 '빅3'에서 '빅2'로 재편된다. 사진은 지난 2017년 7월 20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익시스FPSO가 호주 익시스 유전으로 출항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 매각이 완료되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의 3강 체제에서 양강체제로 바뀐다. '잠재 매수자'인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을 합병해도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은 산업은행 측의 대우조선 인수 관련 제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후발주자들의 위협이 거센 상황에서 대우조선의 근원적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찾기'와 함께, 현재 빅3 체제하의 과당 경쟁, 중복투자 등 비효율을 제거하고 빅2 체제로의 조선산업 재편 추진 병행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IMF외환위기 때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대우조선을 1999년부터 관리해왔다. 2008년에는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이 추진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조선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위기를 맞은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2015년 4조2000억원 등 여러 해에 걸쳐 10조원 안팎의 혈세가 투입됐다.
한편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대우조선 노조가 '강력 투쟁'을 선언하면서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이날 "동종사를 통한 매각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매각에 대해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불응시 강력한 투쟁을 경고한다"는 입장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