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인수 협의에 나섰다. 인수가 성사되면 국내 조선업계는 기존 '빅3'에서 '빅2'로 재편된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약 2조원 규모)에 대한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도 "현재 협의를 진행한 것은 맞지만 자세한 내용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오랫동안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 중심 체제였으나 공급과잉에 따른 글로벌 조선업 위기가 지속되자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대우조선 정성립 사장도 지난해 11월 "조선업계의 시장상황을 볼 때 국가의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빅2 체제로 가야 한다"며 "빅2 체제가 국내 조선업계 경쟁력 확보에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 역시 대우조선의 인수합병을 검토해왔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의 채무 재조정 작업이 진행되던 지난 2017년 4월 "대우조선이 구조조정을 통해 작지만 단단한 회사가 된다면 인수.합병을 통해 대우조선의 주인을 찾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측은 오는 2020년 IMO 환경규제에 따른 LNG선 중심의 발주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구조조정작업을 통한 대우조선해양 경영실적이 점차 나아짐에 따라 지금을 인수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에 자금도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가치는 2조1천억원 수준으로 현대중공업지주는 최근 사우디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1조8천억원 어치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더라도 지분 전량을 인수할 지 아니면 대우조선의 일부 사업만 인수할 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현대중공업이 최악의 수주난은 벗어났다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조선업황 전체가 정상화된 것은 아닌 상황에서 자칫 대우조선과의 100% 화학적 결합을 추진할 경우 시너지 효과보다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