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의 '뉴라밸'] '갈비인가, 통닭인가'…극한직업 흥행돌풍, '병맛'이 주류를 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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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 개봉 8일만에 400만 관객 돌파
마약반 경찰들이 잠복을 위해 통닭집 인수했다가 맛집 되는 황당한 설정
웹툰에서 시작된 '병맛' 코드, 주류 문화 비꼬는 저항정신 읽혀
유튜브 등 영상 채널로 병맛 코드 확산, 조악하면서 맥락없는 콘텐츠들 늘어
지상파, 케이블 프로그램에도 병맛 코드 녹아들어
극한직업은 병맛에 더해 디테일을 잘 살린 수작이라는 평가도
주류를 넘보는 병맛 코드, '막장'이 안되려면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문화 트랜드를 읽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 조은정 > 네. 반갑습니다. 조은정입니다.

◇ 임미현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해볼까요.

◆ 조은정 > 오늘은 영화 얘기를 하면서 트랜드를 짚어보려고 하는데요. 지금 의외로 흥행 폭주하고 있는 영화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극한직업>입니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 임미현 >아 그 영화 주변에서 재밌다고 들었는데, 역시나 흥행하고 있나보네요.

◆ 조은정 > 네 무서운 속도로 극장가를 접수하고 있는데요. 개봉 8일째인 어제 오전 기준으로 무려 4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오랜만에 배꼽잡고 웃었다 이런 호평들이 나오면서 더 빠른 속도로 돌진하고 있습니다.

◇ 임미현 > 저는 아직 못봤거든요. 코믹한 영화인 것 같던데 대략 어떤 내용이에요?

◆ 조은정 > 팀 해체 위기에 놓인 5명의 마약반 경찰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서 잠복 근무를 서다가 근처 통닭집을 인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사실 잠복을 위해서 통닭집을 인수한건데 우연히 튀긴 양념통닭이 너무 맛있어서 맛집이 돼 버립니다. 범인을 잡아야 되는데 손님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일손이 모자랍니다.

살짝 들어보실까요? (영화 예고편)

"정신 안차릴래? 우리가 닭장사하는거야? 지금까지 이런맛은 없었다. 갈비인가 통닭인가…"

대강 어떤 분위기인지 상상이 되시죠?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 임미현 >소재가 황당하고 만화같은 내용이네요. 어떻게 보면 좀 유치하기도 할텐데 잘 풀어냈나보네요.

◆ 조은정 > 그런데 저는 이 영화에서 '병맛' 코드에 열광하는 분위기를 읽어볼까 합니다. '병맛'이라고 들어보셨어요?

◇ 임미현 >그 단어를 요즘 부쩍 많이 쓰는데, 사실 정확한 뜻은 모르겠어요.

◆ 조은정 > 단어는 정확한 의미를 규정하기 어렵고 어원도 불확실한데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였다고 알려졌구요. 이 단어를 쓴게 8,9년 길어야 10년 정도 된 것 같애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대중들이 많이 쓰는 단어가 됐습니다.

위키백과에 찾아보면 병맛은 "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신조하는 언어"라고 돼 있는데요. 병맛은 웹툰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가장 활발하게 그려졌습니다. 웹툰 중에는 대충대충 그린 듯하고, 비정상적인 어이없는 내용들, 그렇지만 또 실소를 터트리게 하는 그런 재치있는 만화들이 많잖아요. 그런 만화들이 병맛으로 불리게 된 거죠. 이말년 작가의 <이말년 시리즈="">가 유명했고, 조석의 <마음의 소리="">도 지금까지도 인기리에 연재중입니다.

(위) 이말년 시리즈 캡처, (아래) 마음의 소리 캡처

 

◇ 임미현 >책으로 만화를 보던 세대만 해도 만화하면 좀 완성도가 있는걸 생각했는데 웹툰들 보면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은 그런 그림들도 있더라구요. 처음에는 저도 좀 놀랬어요.

◆ 조은정 > 네. 이런 만화들의 특징은 엄숙주의를 깬다는 겁니다. 우리는 고퀄리티, 웰메이드의 문화 콘텐츠들에 둘러쌓여있잖아요. 반대로 완전무결함은 답답함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낙서처럼 그려진 어이없는 내용의 만화를 보고 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거죠.

◇ 임미현 >어떤 심리인지 알 것 같애요. 틀에 박힌 세상에 저항하는 B급 정서같은 것들이 녹아있는 것 같애요.

◆ 조은정 > 우리 모두 주류 세계에 편입되기 위해 애를 쓰고, 언제나 자신이 주류와 벗어나있는지를 점검하잖아요. 그런데 병맛은 '난 그런거 신경 안쓴다.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 마라. 앞뒤 안맞아도 난 그냥 이게 좋다'라는 일종의 해방감의 느낌이 있는거죠. 특히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자신의 이런 반항심을 표출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잖아요. 평론가들은 이런 웹툰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추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의 저항정신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병맛 코드는 웹툰을 넘어서서 점점 문화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조롱하는 용어였던 '병맛'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대중적으로 쓰이게 된건 뭔가 사람들이 열광할만한 요소가 있다는 거겠죠. 특히 요즘 유튜브가 대세잖아요. 저희 방송도 유튜브용이 따로 제작되고 있는데, 이런 병맛 코드들의 영상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 임미현 >유튜브는 특히 1인 미디어이니까 아무래도 조악한 것도 많고. 그런데 그것 자체가 또 익숙해지고 문화가 되는게 있는 것 같애요.

◆ 조은정 > 유튜브는 1인 미디어가 활발한 곳인 만큼 영상의 기존의 틀이나 영상 문법을 깨구요. 그런 틀에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박자감이 빠릅니다. 어떤 설정을 까는게 아니라 초반부터 웃기거나 감흥이 와야한다는 것이죠. 유튜브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영상에서도 완성도를 추구한다기보다 조악하더라도 웃음을 유발하는 콘텐츠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게 익숙해지다보니까 케이블이나 지상파 콘텐츠에도 이런 코드들이 점차 유입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 임미현 >맞아요. TV 예능들을 보면 뭔가 주제도 없는 것 같고 뭔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애요.

◆ 조은정 > 네 방송계에서도 코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지금 정통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잖아요.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한번 웃기기 위해서 여러 설정들을 미리 까는 식이잖아요. 그런데 웃음의 템포가 빨라지고 이런 뜬금없는 병맛 코드들이 유행하면서 정통 극장식 코미디가 먹히지 않고 있는거죠. 예능 프로그램들도 점점 맥락없고 어이없는 병맛 코드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는형님> 같은 프로도 처음에는 생소한 컨셉이었지만 자리를 잡았고, <도시어부>에서도 맥락없는 요소들을 편집 중간중간에 끼워넣는 식이죠. <신서유기> 시리즈도 대표적이구요.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기존에는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라면 이정도의 격은 있어야 한다. 영화나 미학이다 이러면 어떤 정도의 수준은 있어야 하고 뭐는 좀 지켜져야 한다는 '격'이라는게 있었는데 이 '격'이라는 것이 젊은 세대들에 의해서 어퍼컷을 맞듯이 산산히 부서지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돼요. 스토리텔링 뿐 아니라 표현방식이나 코드가 바뀌고 있구요. <극한직업>같은 영화가 이렇게 흥행에 성공한다는 것을 보면 어느정도의 시장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죠"

◇ 임미현 > 인터넷상에서 조롱조로 쓰였던 병맛이라는 단어가 어찌보면 점점 대세가 돼 가는거네요. 영화에서도 이런 코드가 흥행을 하고 있구요.

◆ 조은정 > 네 <극한직업>은 영화의 설정 자체가 어이없는 내용이잖아요. 잠복을 서려고 통닭집을 인수했는데 그 갈비통닭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설정은 맥락도 없고 어이없는 내용인데 이렇게까지 흥행을 일으키는 것은 그런 코드들이 통한다는 거겠죠.

그렇다고 병맛만 가지고 2시간 영화를 끌어낼 수는 없을 텐데요. 이 코미디 영화는 한장면 한장면마다 세세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디테일들이 살아있는 미학이 있습니다. 평론가들은 오랜만에 나온 세공이 아주 잘된 코메디 영화로 보더라구요. 황진미 문화평론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영화가 한 장면도 그냥 지나가지 않아요. 이걸 살리기 위해서 리듬감이라던지, 대사 하나를 그냥 치는게 아니라 한번 치고 다시 받는 방식이라든지. 굉장히 기술적이고 세공이 잘 된 코미디에요"

◇ 임미현 >듣다보니까 영화도 더 궁금해지네요. 그런데 사실 이런 코드는 물론 재밌긴 하지만 자칫 막장이 될수도 있는 것이잖아요. 이게 주류가 된다고 생각하면 좀 걱정되는 부분도 있어요.

◆ 조은정 > 네 물론 우려할 점도 있습니다. 엄숙주의를 깨고 현실을 비꼬는 풍자를 넘어서 지켜야할 선 마저 위협한다면 그건 막장에 불과하지 결코 좋은 문화 콘텐츠로 볼수는 없겠죠. 특히 영향력이 큰 방송 매체에서는 이런 코드가 범람하는 현실 속에서도 최소한의 품위를 지켜야 할것 같습니다.

◇ 임미현 > 네 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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