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가혜 씨가 디지틀 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사진=다큐멘터리 '가혜' 트레일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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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 인터뷰로 해경의 구조 작업을 비판했던 홍가혜 씨가 디지틀 조선일보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홍 씨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판결문 전문을 올려 이같이 알렸다. 서울중앙지법(판사 박진환)은 디지틀 조선일보가 홍 씨에게 6천만 원과 2014년 4월 24일부터 2019년 1월 24일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홍 씨는 2014년 4월 18일 오전 6시 17분쯤부터 6시 29분까지 약 12분 동안 전남 진도군에 위치한 팽목항 선착장에서 MBN과 세월호 구조작업에 관해 인터뷰했다.
홍 씨는 '잠수부 중에 생존자와 대화한 사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양경찰 등 정부는 구조작업을 하려는 민간잠수부를 지원하는 대신 오히려 이를 막고, 대충 시간만 때우고 가라는 식으로 말했다' 등의 취지로 말했다.
이후, 디지틀 조선일보는 홍 씨를 허언증으로 몬 김모 기자의 말을 인용한 기사를 포함해 총 27건을 조선닷컴 홈페이지에 올렸다. 또한 디지틀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연예매체 더 스타에도 4건의 기사를 게재했다.
디지틀 조선일보가 올린 기사에는 홍 씨가 △과거 SNS를 통해 티아라의 전 멤버 화영의 사촌 언니라고 사칭했다 △다수의 유명 야구선수들의 여자친구라 밝히며 애인 행세를 하고 스캔들을 만들었다 △B1A4 콘서트에서 연예부 기자로 사칭하고 사진을 찍었다 △사망한 모 야구선수와 일면식이 없음에도 자기 통장으로 모금을 진행했다 △도쿄 거주 교민 행세를 했다 △허언증-정신질환자이다 △MBN 인터뷰 내용은 거짓이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내용을 기사화함에 있어서 그 내용의 진실 여부를 미리 조사, 점검하여야 하는 것은 언론기관의 기본적 책무라고 할 것(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36622 판결 참조)"이라고 우선 밝혔다.
이어,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확실성과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보도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행위자가 보도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 했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에 비추어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5다240829 판결 등 참조)"고 설명했다.
김모 기자의 트위터와 칼럼을 인용한 기사에 관해서는 "'해경의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라는 공익적 사안보다는 공인이 아니라 일반인 잠수 지원 자원 활동가였던 원고(홍 씨)의 사생활 관련 소문과 원고를 '거짓말쟁이', '허언증 환자'라고 무차별적으로 보도했다"면서 "피고가 이 사건 각 보도 부분을 기사로 게재하기 전에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했는지, 어떤 근거나 자료로 위 부분이 진실이라고 믿었는지 등에 관해 제대로 된 증명이 없다"고 보았다. 즉, 디지털 조선일보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기사의 보도행위로 인해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인격권이 침해됐으므로, 피고는 이와 관련해 불법행위자로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기사의 취재 경위, 보도 동기, 이 사건 기사의 형식과 내용, 보도 횟수, 유포 정도, 표현 방법, 특히 원고가 문제 삼고 있는 기사들은 총 31건에 이르지만, 그 기사들이 연재 기사로 기획돼 게재된 점, 이 사건 각 기사 중 허위 부분이 차지하는 정도, 보도 매체의 특성 및 원고가 입었을 피해의 정도, 원고의 인터뷰 경위, 원고의 나이 및 사회적 지위, 피고의 언론기관으로서의 지위 및 영향력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를 6천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라고도 했다. 홍 씨가 애초 소를 제기하며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1억 5500만 원이었다.
홍 씨는 이날 판결문과 함께 승소 소감을 올렸다. 홍 씨는 "합의는 반성의 기미라도 있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진심 어린 사과 따위 애초 기대하지 않았고, 사과받고 퉁칠 거였음 애초 소송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받을 수 없는 사과는 억장에 꽂힐 뿐"이라며 "저는 이들의 거짓을 사법 역사에 남기고 싶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판사님께서 민사소송에서 이례적으로 큰 금액을 판결해주신 것에 깊이 감사하다. 앞으로 저 같은 언론 폭력을 당했을 때 전례가 될 수 있는 선한 결과다. 이제 시작이다. 쉽지 않은 싸움이겠지만 소소한 일상의 기쁨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