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한일 '레이더-위협비행 갈등'의 장기화로 양국 간 군사교류협력도 '올스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해상자위대 함정의 올해 4월 부산항 입항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고, 우리 해군은 다음 달 함대사령관의 일본 방문계획을 취소했다.
일본 언론들은 방위성이 한일 레이더-위협비행 갈등에 따라 한국과의 군사교류협력을 당분간 축소하고 냉각기를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잇달아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방위성이 올해 봄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를 한국에 파견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들어갔다고 26일 보도했다.
NHK는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이 같은 날 기자들에게 오는 4월 한국 주변 해역 등에서 열리는 공동훈련에 맞춰 조율했던 자위대 호위함 이즈모 등의 부산 입항 계획에 대해 "어떤 형태로 참가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이제부터 잘 검토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입항 취소를 포함해 검토하겠다는 생각을 나타낸 것이라고 NHK는 설명했다.
아와야 방위상이 언급한 공동훈련은 오는 4월 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검토되는 국제해양안보훈련을 말한다.
정부 소식통은 "올해 4월 말 열리는 ADMM-Plus의 분과위원회 중 해양안보분과위원회의 공동 의장국을 한국과 싱가포르가 맡게 됐다"면서 "이번 회의를 계기로 참가국의 해군 함정들이 주축이 된 국제해양안보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미국과 아세안 국가 등도 참여하는 이번 국제해양안보훈련은 공동의장국인 한국의 부산 앞바다에서 출발해 역시 공동의장국인 싱가포르까지 이동하면서 해적 퇴치와 수색·구조 등 해상 훈련을 하는 방식으로 계획되고 있다.
한일 해양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ADMM-Plus에 맞춰 이즈모 등 해상자위대 함정 수척을 부산항으로 보낸다는 일본 방위성의 계획은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함정이 부산항에 입항하면 작년 10월 제주 국제관함식 때처럼 '욱일기' 게양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어 우리 정부 역시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과 같은 한일 갈등이 이어진다면, 일본 함정은 국제해양안보훈련에 참가는 하되, 부산항에는 입항하지 않고 훈련 중간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 해군은 다음 달로 계획됐던 동해 1함대사령관의 일본 방문계획을 취소했다.
우리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매년 함대사령관급(소장) 지휘관이 상대국을 방문하는 교류 행사를 해왔다. 홀수 해에는 우리 해군이 해상자위대를 방문하고 짝수 해에는 해상자위대가 우리 해군을 방문하는 식이었다.
군이 한 관계자는 27일 "올해는 2월에 우리측이 일본 해상자위대를 방문할 차례"라면서 "이번에는 방문하지 않는다고 일본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NHK도 방위성 간부를 인용해 "한국 해군의 사령관이 내달 일본 방문 계획을 보류하겠다는 의향을 전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한일 해양갈등으로 한일 군사교류협력이 급격히 위축되는 가운데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양국이 이번 갈등을 '차분하고 절제된 태도'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상대국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편승해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으로 맞대응하는 방식으로는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고 오히려 상황이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이와야 방위상의 지난 25일 초계기가 배치된 가나가와(神奈川)현 해상자위대 아쓰기(厚木)기지 방문에 대응해 26일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한 것에 대해 "'일본이 하니 우리도 한다'는 식의 대응이나 '이번 기회에 버릇을 고치겠다'는 과한 결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가운데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자세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