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탓에 아시안컵에서 스스로 부진했다고 털어놓은 손흥민이지만 소속팀으로 복귀해서도 그는 쉬지 못하고 경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사진=연합뉴스)
과연 ‘대한민국 손흥민’과 ‘토트넘 손흥민’은 다른 것일까.
손흥민은 25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 풀 타임 활약했지만 한국의 0대1 패배를 막지 못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에 나선 손흥민은 그 어느 때보다 경기 내 영향력이 적었다. 아시안컵 우승을 다투는 경쟁국이 한국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꼽았던 손흥민의 부진은 치명적이었다. 결국 한국 축구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카타르에 발목을 잡혔다.
경기 후 손흥민은 “어떤 선수보다 아쉬움이 크다. 나 자신이 준비가 덜 됐다”고 크게 아쉬워했다. 특히 그는 “체력적으로 지쳐있었다. 대표팀에 와서 몸 상태가 좋았던 적은 없었다. 잠도 잘 못 잤다”면서 “팀이 기대하는 부분이 많고 내가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체력 문제가 겹치니 잘 안됐다.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이는 분명 사실이다. 손흥민은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끝난 뒤 제대로 된 휴식은 지난 11월 A매치 기간뿐이었다. 손흥민은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했다가 소속팀에서 2018~2019시즌을 시작한 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섰다.
뒤이어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9월과 10월 A매치를 소화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지칠 대로 지친 손흥민이다. 11월 A매치 기간의 휴식 이후 소속팀에서 경기력이 살아난 점만 보더라도 손흥민의 부진 원인은 떨어진 체력 탓으로 보는 것이 맞다.
손흥민 역시 자신이 아시안컵에서 부진했던 이유로 체력 고갈을 꼽았다. 이는 토트넘으로 복귀한 뒤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갈된 체력이 하루 이틀 만에 회복되지 않을뿐더러 더욱이 현재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휴식을 줄 여유도 없다. 손흥민은 복귀 후 곧장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흥민이 속한 한국이 카타르에 패하자 토트넘은 빠르게 이 소식을 SNS를 통해 전달했다. 그리고는 많은 토트넘 팬은 환영을 쏟아냈다. 한국의 패배는 아쉽지만 토트넘은 예상보다 이른 복귀를 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토트넘은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가 부상 중이다. 손흥민까지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대표팀에 차출되며 주전 공격진 4인방 가운데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외롭게 팀을 지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이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는 만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건 당연했다.
지칠 대로 지쳤다고 공개적으로 털어놓은 손흥민이지만 소속팀 복귀 후 제대로 휴식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정상 28일 열릴 크리스탈 팰리스와 FA컵은 출전할 수 없다고 해도 31일 열릴 왓포드와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는 출전 가능성이 크다. 과연 손흥민은 아시안컵의 부진을 씻고 그라운드에서 맹활약을 선보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