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문화 트랜드를 읽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 조은정 > 네. 반갑습니다. 조은정입니다.
◇ 임미현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해볼까요.
◆ 조은정 > 지금 한 드라마가 대한민국 사회를 들썩거리게 하고 있습니다. 바로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인데요. 상류사회의 자녀 입시 전쟁을 다루는 드라마입니다.
◇ 임미현 >아 저는 드라마를 잘 안보는데 주변에서 그 드라마 얘기 정말 많이 하더라구요.
◆ 조은정 > 이 드라마 사실 시작할때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겨우 1% 시청률로 시작을 했는데요. 지금 16회까지 왔는데 최고 시청률이 19%까지 올랐습니다. 지상파가 아닌 종편 드라마인걸 감안하면 엄청난 성적인데요. 사실 요즘은 이렇게 입소문으로 콘텐츠가 뒤늦게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도 처음에는 상영관이 적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관객이 늘어서 나중에는 퀸의 본고장인 영국보다도 더 흥행을 했잖아요. 이 드라마도 마찬가지로 '특별하다', '재밌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꾸준히 시청률이 올랐거든요.
◇ 임미현 >저도 잠깐 봤는데 좀 독특한 스타일인것 같더라구요. 어떤 매력이 있었을까요?
◆ 조은정 > 이렇게 리얼하게 현실을 그린 드라마, 오랜만에 나오는 건데요. 우리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막장 요소가 있고, 로맨스도 빠지지 않는 구조잖아요. 재벌가와의 사랑,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던지 출생의 비밀 같은 뻔한 구도가 있는데요. 이 드라마는 그 흔한 로맨스도 극의 중심에 없습니다. 또 선과 악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자녀를 명문대를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욕망이 있고 또 그 기대를 어떻게든 충족하려는 자녀들의 욕망이 있습니다. 서로의 욕망이 얽히고 설킨, 우리가 사는 사회처럼 선악이 분명하지가 않은 구도입니다. 최근에는 서스펜스도 생겨서 극적 긴장감도 더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혼외자식이나 출생의 비밀 같은 요소도 없지는 않은데요. 극의 전개를 방해하지 않고 세련되게 녹아 있습니다. 문화 평론가들도 이 드라마를 오랜만의 수작으로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방식이 우리 드라마에서는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형식입니다. 사교육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정도로 여겼는데 극이 진행이 되면서 스릴러로 전환이 돼 긴장감을 고조시켰구요. 로맨스 없이 인간의 욕망을 가지고 풀어간 드라마는 굉장히 특별하다고 보고, 특히 아이 교육 등 누구나 하고 있는 고민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점에서 드라마의 폭발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JTBC 제공)
또 이 드라마는 엿보기 기능도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드라마를 통해 재벌의 삶을 엿보는 것처럼 여기도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상류층들의 삶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들이 뛰어드는 입시전쟁은 또 우리 아이들이 닥친 현실이기도 합니다. 상류 사회를 엿보면서도 현실을 리얼하게 반영하고 있으니 재미를 더하는 것이죠.
◇ 임미현 >듣다보니 흥미가 더 생기네요. 대략 어떤 내용인가요?
◆ 조은정 > 스카이캐슬이라는 고급 주택가를 배경으로 하는데요. 거기에 대학병원 의사들, 로스쿨 대학교수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전문직들이 자녀를 명문대, 특히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무려 수십억을 들여서 입시 '코디'를 두는데요. 이 코디가 자녀의 학교생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합니다. 코디는 공부는 기본이고 봉사활동이나 학생회장 선거까지 개입하는걸로 묘사됩니다. 저도 보면서 설마 저렇게 까지 할까. 드라마이기 때문에 과장이 심한거 아닐까 생각했었는데요. 입시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까 이게 대치동에서 벌어지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해요.
종로학원의 임성호 대표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현재 입시 제도와 준비하는 틀은 사실 일치하죠. 제가 봤을때는 저 정도의 금액과 형식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1, 2, 3학년을 경험해봤던 부모와 학생이 공감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인데 제가 봤을때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임미현 >사실 우리사회에서 입시 문제는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거든요. 80년대에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도 있었잖아요. 똑같이 반복되는거군요.
◆ 조은정 > 명문대에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은 같을 수 있겠지만 명문대를 향하는 방식은 좀 다릅니다. 드라마에서 보면 현재 우리 입시 제도가 상당히 복잡하다는걸 알 수 있는데요. 수시 80%, 정시 20%의 구조 속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즉 줄여서 '학종'이 명문대 입시에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사실 제가 2000년대 초반 학번인데 그때는 수능성적이 가장 중요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고등학교 입학때부터 철저하게 학생부를 관리를 해야합니다. 성적 뿐 아니라 외부 활동이나 과목별 선생님의 평가가 중요하구요. 그런데 거액을 주고 '코디'를 둔다는 건 학생들 혼자서는 감당하기 버거운 부분도 있다는거죠. '학종'이 자연스럽게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하면 얻어지는게 아니라, 코디까지 붙어서 관리를 해야하는 입시의 도구로 전락해버린 현실을 꼬집은 겁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인 염정아씨가 남편 정준호씨한테 "당신 학력고사 때와는 달라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는데요. 아주 상징적인 대사인거죠. 이렇게 복잡해진 입시제도를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어서 거기에 학부모들이 더 공감한다고 해요. 제 지인이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 아이를 두고 있는데, 이 드라마에 푹 빠져있거든요. 심지어 본인이 선생님인데도 이게 현실이다, 우리 딸도 걱정이 된다고 얘기를 하더라구요.
◇ 임미현 >고등학교 선생님이 인정을 할 정도면 뭐, 정말 리얼한거네요.
◆ 조은정 > 교육계에서 이 드라마가 단연 화제인데요. 사실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이 드라마를 봤다고 합니다. 유 장관은 올해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하도 얘기를 들어서 한 번 시청했는데, 과도한 부분이 있지만 현실을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학입시 제도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지적도 있지만, 수시 학종 공정성 문제는 계속 제기가 된다"고 말해 '학종'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 임미현 >그런데 또 듣다보니까, 저런식으로 해야하나보다 하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 아닌가 우려도 되네요.
◆ 조은정 > 물론 그런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실제로 코디는 어디서 구하는거냐, 드라마에서처럼 그런 가격이 맞느냐 등등 드라마 속의 입시 전략을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욕하면서 따라한다고 하잖아요. 저렇게 해야 서울대 의대에 보낼 수 있나보다 하고 은연중에 모방의식을 부추길 수도 있구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이런 방식의 입시가 맞느냐,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느냐고 되묻는겁니다. 드라마의 시작부터가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자녀가 입학을 포기하면서 어머니가 자살하는 것으로 출발하거든요. 남부러울 것 없는 전문직들이 왜 이렇게까지 자녀의 입시에 메달리는지, 또 학생도 죽어라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명문대에 가기 위해 코디에 의존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왜 그렇게까지 됐는지 돌아보게 되는거죠. 아무튼 교육계에서도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교육단체들도 이 드라마를 우려 속에서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스카이캐슬'에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역의 배우 김서형. (사진=JTBC 제공)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국장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이 드라마는 입시경쟁으로 인한 가정의 불화, 학생들의 불행 이런 부분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봅니다. 물론 입시코디 진짜냐, 더 나은 상품은 없냐는 식으로 관심이 쏠릴 수 있어서 우려는 되지만 사교육 과열과 입시 제도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준다는 측면에서 장점도 있다고 봅니다"◇ 임미현 >한 편의 드라마가 이렇게 사회적인 이슈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네요.
◆ 조은정 > 네 다큐도 아니고 드라마가 이런 민감한 사회 문제를 공론화 시킨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잘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몇년 전에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는데 미생도 비정규직의 불안함, 겨우겨우 버티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서 화제가 됐었잖아요.
이렇게 현실을 잊게 만드는게 아니라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는 오랜만인 것 같애요. 흔한 멜로도 없고, 어리고 인기있는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막장 요소도 나오지 않지만 이 드라마는 현미경으로 우리 사회의 속살을 들여다봤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에 목말라 있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드라마에는 학교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 임미현 >학생들 얘기인데 학교가 빠져있는 건가요?
◆ 조은정 > 네 이야기는 모두 학교 바깥에서 벌어집니다. 학교 선생님도 거의 등장하지 않구요. 학교가 우리 교육의 중심이 아니라, 극성 어머니가, 입시 코디네이터가 중심이라는 점을 비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는 곧 끝나겠지만 교육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학교 중심으로 드라마의 배경을 옮길 방법을 우리모두 고민해보고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임미현 >네 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미생>보헤미안>조은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