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수사기관에 소환되는 피의자를 취재진 앞에 세우는 '포토라인' 관행을 두고 법조인들과 언론인들의 토론이 벌어졌다.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는 대한변호사협회·법조언론인클럽이 주관하는 '포토라인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좌장을 맡은 김영욱 카이스트 연구교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 당시 시민단체들은 양 전 대법원장이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는 플래카드를 걸었고 언론에서는 포토라인을 '패싱'한 양 전 대법원장을 비판했다"며 "이는 그만큼 사람들이 포토라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도입 당시 합리성과 효율성을 갖춘 포토라인 제도가 오늘 날 개선점돼야 하는지 혹은 필요하지 않은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열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포토라인에 대한 법원의 1심과 2심 판단이 엇갈리는 점을 들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14년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배우 전양자 씨의 수사기관 출석 당시 포토라인에 동석했던 두 사람이 초상권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1심은 포토라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초상권 보호에 엄격한 규정을 뒀다"면서도 "2심에서는 포토라인을 '주의가 요구되는 곳'이라고 봐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대한변협 송해연 공보이사는 포토라인 제도가 위법성·위헌성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 이사는 "수사기관 포토라인에 서는 사람은 단지 피의자이고 혐의사실을 조사받는 단계에 불과하다"며 "혐의사실이 공개되고 일반인으로 하여금 유죄라는 심증을 갖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더해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판사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형준 방송기자협회장은 포토라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안 회장은 "포토라인이 없어지면 기자들이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되고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며 "피의자의 안전문제와 취재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포토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포토라인에 서는 권력가나 재력가 중에는 언론이나 수사기관에 각종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며 "많은 시민들은 이들이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을 보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조금이나마 정의가 남아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피의자의 인권만 강조할 경우 각종 탐사프로그램이 진실을 파헤지는 일을 시작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두걸 서울신문 논설위원도 "포토라인을 통해 수사기관의 밀실수사를 방지하고 수사 투명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측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김후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포토라인에 대해 "검·경과 언론이 합작한 기형적 산물이라는 비판적 표현도 나온다"라면서도 올바른 포토라인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검찰은 그동안 피의자 초상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방지 노력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며 "공개소환할지 결정하기 위해선 공보준칙에 나오는 대로 피의자의 동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지만 사실상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사자가 공개 출석할지 여부에 대해 의사를 표시할 구체적인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인제대 김창룡 교수도 영국의 BBC나 언론자율규제기구(IPSO)의 사례를 소개하며 포토라인 규정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는 언론이 사적·공적 장소에서 개인의 동의 없이 촬영하는 행위를 함부로 허용하고 있지 않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법원 측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현직 판사가 토론회 관계자를 통해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굳이 포토라인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피의사실 정보는 텍스트로 보도자료를 내면 되고 사진이나 영상은 당사자가 사용한 것을 차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포토라인은 검찰이 '멍석'을 깔아주고 언론사들이 카메라 등으로 '멍석말이'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