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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던 반려동물 '창의적으로' 버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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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주웠다"고 속이고 구청에 버려

부산의 한 구청에 신고된 유기견.(사진=자료사진)

 

반려동물 유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기르던 동물을 구청 등 행정기관에 직·간접적으로 유기하는 의심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되지만, 위태로운 동물의 운명은 변함이 없다고 동물단체는 지적했다.

부산 모 구청 공무원 A씨는 지난해 초 만난 노란색 유기견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야간 당직 근무 중 신고를 받고 나간 A씨는 한 젊은 여성 품에서 강아지를 처음 봤다. 여성이 "근처에서 주웠다"라며 강아지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강아지는 품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듯 발버둥 치며 애처롭게 울기도 했다.

A씨는 구청 당직실에서 하룻밤 동안 강아지를 돌봤다. 하지만 날이 밝은 뒤 강아지는 규정에 따라 구청 뒤편 허름한 우리로 옮겨졌고, 몇 시간 뒤 유기동물보호센터로 떠났다.

다른 구청 공무원 B씨는 몇 달 전 한 남성이 데려온 흰색 강아지를 기억하고 있다.

남성은 운반용 우리에 강아지를 넣어 직접 들고 왔다. 우리 안에는 "사정이 있어서 키울 수 없게 됐다. 잘 키워달라"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강아지가 쓰던 것으로 추정되는 장난감도 들어 있었다.

B씨는 의심스러운 마음에 여러 가지를 물어봤지만 남성은 "근처 공원에서 주웠다"는 말과 함께 강아지를 맡기고 자리를 떠났다.

부산지역 구·군청에는 한 달에 20~30건, 많을 때는 50건 안팎의 유기동물 신고가 접수된다.

길을 잃거나 거리에 버려진 동물이 대부분이지만, 이처럼 키우던 동물을 직·간접적으로 구청에 유기하는 의심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동물을 맡기거나 신고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걸어 동물의 안녕을 묻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구청에 신고되거나 맡겨진 동물은 곧바로 지역별 유기동물보호시설로 옮겨진다.

보호 시설에 들어간 동물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통해 10일 동안 주인을 찾는다.

하지만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새로운 보호자도 찾지 못한 동물은 보호시설을 나오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물보호단체는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어 구청에 동물을 버리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기대와 달리 길거리에 버려진 동물과 운명이 다르지 않다고 경고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관계자는 "구청이나 관공서, 동물병원이나 동물단체에 키우던 동물을 유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나마 덜고 싶어 하는 행동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주인에게 버려진 동물의 내일이 희망적일 수는 없다. 반려동물은 끝까지 책임져야 할 '가족'이라는 인식 변화와 동물등록제 정착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전국에서 신고된 유기동물은 22만여마리에 달하고, 절반에 가까운 10만마리가 안락사되거나 자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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