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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으로 흥한 '골목식당'…도 넘은 악역 내세우기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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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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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실한 '사장 빌런' 덕에 백종원 역할 부각…시청률·화제성 잡아
'개입 절대 없다'는 제작진…"오히려 적절한 식당 선정 작업 필요"

 

= 소위 "기본도 안된" 자영업 사장들은 SBS TV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개국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역'을 도맡은 이들은 시청자들의 입길에 오르내리면서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골목식당'의 제작 취지를 의심케 만들며 프로그램 자체를 위기로 내모는 진짜 '악역'으로 둔갑했다.

◇ 감초 역할 하던 악역, 주객전도 되며 말썽

'골목식당'은 팬들 사이에서 '뒷목식당'이라고 불린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한심한 요리실력과 불성실한 태도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시청자의 '뒷목'을 잡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태도가 불성실할수록, 가게 운영이 엉망일수록 논란은 뜨거워졌고 '사장 빌런(villain·이야기에서 악역을 일컫는 말)'이라는 용어도 탄생했다. 지난해 12월 방송된 포방터시장 편에 나온 홍탁집 사장 아들은 그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방송이라는 '로또'를 기대한 듯한 홍탁집 아들의 노림수가 백 대표에 의해 간파당하고 시청자들에게 속 시원한 '사이다' 서사를 안겨주면서 논란은 오히려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백 대표가 홍탁집 아들과 수시로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받고, 사비를 써가며 홍탁집 아들의 식재료 관리를 꼼꼼하게 점검하는 모습은 영세상인을 돕는다는 프로그램 취지에 진정성을 더했다.

이 과정에서 백 대표는 요식업 컨설턴트 수준이 아니라 다 큰 성인의 정신 교육까지 시키는 '우리 시대의 멘토'로 떠올랐다. 백 대표가 '골목식당' 포방터 시장 편을 거치며 SBS 연예 대상 유력 후보로 떠오른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청파동 하숙골목 편에서 피자집과 고로케집 사장이 불러일으킨 논란은 무엇이 다를까.

청파동 편에서는 이들이 홍탁집 아들과 비슷한 '사장 빌런'의 역할을 했다.

문제는 이들에게서 제대로 된 장사 의지도, 명분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사장 빌런' 역할의 식당들이 도를 넘은 것이다. 피자집 사장은 손님들에게 '음식에 문제가 있으면 남기라'는 황당무계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백 대표에게 노골적으로 '솔루션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시청자들을 공분케 했다.

고로케집 사장은 연습할 여건이 안된다는 핑계만 늘어놨다. 이런 태도는 같은 에피소드에 출연한 냉면집·버거집 사장이 음식에 온 정성을 쏟는 모습과 비교되며 시청자들의 화에 불을 지폈다. 그러다가 고로케집 사장이 꽈배기 만들기 대결에서 배우 조보아보다 못한 실력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은 '진짜 노력할 의지가 있는 거냐'는 반응을 쏟아냈다.

홍탁집 아들도 의지가 희박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최소한 그에게는 '어머니'라는 가슴 아픈 사연과 명분이 있었기에 백 대표의 '정신 개조'가 먹혀들 수 있었다. 청파동 피자집과 고로케집 사장은 사연은커녕 '금수저' 의혹까지 따라붙는 형국이다.

◇ 섭외 논란에 제작진-출연자 책임 떠넘기기까지

부적절한 출연자 섭외는 '골목식당'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고로케 가게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아니냐는 의혹에 고로케집 사장 김요셉(25) 씨는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건축 디자인·컨설팅 회사에서 업종 추가로 고로케집을 시작했다"며 법인사업자 의혹이 과거엔 사실임을 인정했다.

이어 '제작진 측에서 명의 변경을 요청했다'는 취지로 해명하면서 섭외 논란에 대한 책임을 '골목식당' 제작진에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골목식당' 제작진은 "첫 대면 당시 고로케집 가게 명의가 건축사무소여서 제작진은 (김 씨에게) 함께 방송하기 힘들다고 했다"며 김 씨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고로케집 프랜차이즈화는 먼 목표 중 하나였다"는 김 씨 해명에 "제작진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라고 밝혀 출연자-제작자 간 엇박자를 드러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골목식당'은 장사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한테까지 억지로 도움을 주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좀 더 신중하게 (출연자를) 검증하고 선택해야 했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출연진 섭외에 개입은 절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금은 외려 '도움을 받을 만한 가게를 골라내는' 적절한 개입이 필요한 때 아닐까.

뜨거워진 논란 덕분에 지난 9일 방영된 '골목식당' 시청률은 10%를 넘어섰다(닐슨 전국 기준). 평일 심야 방송 시간대임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기록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조작설로까지 번진 현재의 논란을 과연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내주 방송될 백 대표의 솔루션이 아닌, '골목식당' 제작진의 솔루션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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