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정상의 신년사 공통 키워드는 평화와 경제였다. 두 정상 모두 경제 성장에 방점을 두고, 지난해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핵화 교착을 푸는 방식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였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이 빠른 시일 내 열려 발판이 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
◇文·金 '남북이 만든 한반도 평화 긍정적'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일문일답을 포함한 신년 기자회견을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 국민들께서 평화의 길을 열었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주역이 됐다"며 "우리가 노력하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눈앞에서 경험하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는 70여년의 민족분열사 상 일찍이 있어 본 적 없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격동적인 해"라며 "우리 민족끼리 서로 마음과 힘을 합쳐나간다면 조선반도를 가장 평화롭고 길이 번영하는 민족의 참다운 보금자리로 만들수 있다는 확신을 온 겨레에게 안겨줬다"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 모두 지난해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해 한반도에 조성된 평화 분위기를 의미 있게 평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평화를 13번 말했고, 김 위원장도 25번이나 평화를 언급했다.
또 김 위원장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한 것이 대해 문 대통령은 "의지를 매우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로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위해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며 "남은 과제인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먼저", "북한 먼저" 이견에도 북미대화 필요성 강조
남북 정상은 큰 틀에서 북미 간 대화를 통한 단계적·동시적 행동이라는 비핵화 협상 원칙에 대해서는 일치를 봤지만, 그 행동의 첫걸음을 북미 중 누가 먼저 내디딜 지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가지 실천적 조치를 취해왔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나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미군 유해 송환, 또 각국 정상을 만나면서 확약한 비핵화 의지 등으로 성의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이어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보다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먼저 성의를 보였으므로 미국이 일부 제재 완화 등으로 화답할 차례라는 입장이다.
반대로 문 대통령은 북한의 구체적 조치가 먼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의 해결은 북한의 비핵화 속도에 따라가는 것"이라며 "빠른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과감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의 폐기라든지, 그 생산 라인의 폐기라든지, 나아가 다른 핵 단지들의 폐기라든지 그런 것을 통해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뤄지고 신뢰가 깊어지면 전반적인 신고를 통해서 전체적인 비핵화를 해나가는 프로세스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약속한 미사일 시험장이나 영변 핵단지 중 일부를 폐기하는 등의 구체적인 조치가 있어야 미국의 상응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약간의 인식 차이는 있지만 남북 정상 모두 이러한 교착을 깨고 협상의 진척을 보기 위해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도 "머지않아 제2차 북미회담을 위한 북미 간의 고위급 협상 소식을 듣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미 간에 서로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의 차이가 있었는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해소될 것으로 기대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서울 답방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나면 그 이후에 김정은 답방은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 당면한 핵심 과제는 '경제'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북 정상 모두 신년사의 절반 이상을 경제에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35차례, 김 위원장은 38차례나 경제를 언급했다. 남북이 처한 경제 상황은 다르지만, 경제 분야에서의 성과는 남북 정상 모두에게 필요하고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가 수출이 6천억 달러를 돌파하고,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해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가계소득의 비중이 낮아지고,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고용지표가 부진했던 점을 아쉽고 아픈 점이라면서 "새해 우리 정부의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천명한 '사회주의 경제건설' 목표의 성과를 독려하면서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수행에 박차를 가해야 겠다"고 말했다. 또 경제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자력갱생'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제지표 악화가 꼽히고 있으며, 젊은 지도자인 김 위원장 또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2020년까지는 주민들에게 성과를 보여줘야 할 위치에 있다. 때문에 두 정상 모두 올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정치적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