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심석희(한국체대)가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심석희(한체대)의 폭행 및 성폭행 피해 폭로와 관련해 대한체육회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한국 체육계 전반에 걸친 수습 대책을 내놨다.
체육회는 10일 대국민 사과문과 함께 체육계 비위 근절 전수 조사, 충북 진천 및 서울 태릉 국가대표 선수촌 관리 강화 등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특별 전담반을 꾸려 선수촌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먼저 이기흥 회장 명의의 사과문에는 "먼저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폭력 사건, 성폭력 의혹 사건과 관련해 용기를 내준 심석희 선수에게 깊은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이로 상처를 받은 피해자 가족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깊이 사과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이 회장은 "정부와 체육회가 스포츠계 폭력·성폭력을 방지하고자 노력해왔으나 이번 사건으로 시스템에 큰 허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특히 선수들이 가장 보호받아야 할 선수촌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심석희 사건을 계기로 현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내놨다. 체육회는 "선수촌 전 종목에 걸쳐 현장 조사를 실시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아울러 스포츠인권 관련 시스템을 백지부터 전면적으로 재검토 및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국가대표 선수촌 훈련장·경기장에 CCTV를 설치하고 문제의 장소로 지목된 라커룸에도 비상벨을 설치한다. 사각지대와 우범지대를 최소화하고 합숙 훈련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
체육회는 또 선수촌 내 여성 관리관과 인권 상담사를 확충할 계획도 밝혔다. 여성 선수들과 소통을 강화해 선수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라커룸에 무단 침입하면 즉각 퇴촌 조치된다.
처벌 강화도 약속했다. 체육회는 "앞으로 성폭력 가해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다시는 체육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엄벌에 처할 것"이라면서 "피해자에 대해서는 피해 사실을 밝혀도 선수 생활에 불이익이 없도록 최대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스포츠 인권 전문가, 국민감사관, 법률 전문가 등 외부인으로 특별조사팀을 꾸려 다른 피해 사례가 없는지 조사한다. 회원종목단체와 시도체육회를 대상으로 (성)폭력뿐 아니라 조직 사유화, 횡령 및 배임, 승부 조작과 편파 판정 등 스포츠 4대 악을 파악한다는 것인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적발된 회원종목 단체는 즉각 자격을 박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