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심석희(21·한국체대)가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심석희(한체대)에 이어 지도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빙상 선수들이 또 나왔다.
빙상 선수와 지도자들로 구성된 젊은빙상인연대는 9일 성명서를 내고 "빙상계의 고질적인 병폐와 비위를 조사한 결과 심석희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도 빙상계 실세 세력들에게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부실 운영과 비위에 휩싸인 대한빙상경기연맹 체재와 적폐 보호에만 급급한 대한체육회 수뇌부 아래에선 오히려 고발한 선수들에 대한 2차 피해와 보복이 돌아올 게 분명하다고 판단해 그동안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연대가 다른 선수들의 성폭력 고발을 공개한 것은 심석희의 행동 때문이다. 연대는 "심석희의 용기 있는 고발을 통해 깨달았다"면서 "2차 피해와 보복을 두려워하는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혼자서 감내할 수 없는 큰 고통을 안고 숨죽여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고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성폭력을 저지른) 빙상 실세들이 바라던 결과였을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석희는 9일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17살, 미성년자였던 2014년부터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며 추가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미 심석희와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조 전 코치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이에 대해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대는 1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실상을 공개하고 빙상과 체육계의 적폐 세력을 비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