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민주평화당 장병완,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제공)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이 '신재민 폭로' 사태와 관련 일제히 청문회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일시적 공조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인 관측이 나온다.
야3당 공조를 주도한 한국당은 당초 청문회 개최에 소극적이었던 바른미래당과 민평당을 설득해 공동전선을 만들긴 했지만, 연동형 비례제 도입 등을 두고 입장이 크게 갈리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과 민평당은 차기 총선에서 당의 명운이 걸린 만큼 선거구제 개편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한국당은 사실상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김관영‧민평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회동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 의혹 관련 국회 기재위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한국당이 단독으로 추진하려던 청와대 특별감찰반 관련 특검 도입은 구체적인 방법 및 시기에 대해 재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겉으론 지난해 야3당이 공동전선을 형성해 관철한 '드루킹 특검'이나 '고용세습 국정조사'와 흡사해 보이지만, 내부에선 다른 기류가 흐른다는 점이다. 한국당은 특감반 사태에서 시작해 '신재민 폭로' 사건 등을 중심으로 청와대를 정면 겨냥하며 연일 강경 모드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의혹 해소를 위해 상임위를 열자고 주문했던 바른미래당이나 민평당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구제 개편에 더 관심이 쏠려 있다. 근본적으로 현안에 대한 각 당의 이해관계가 달라 공조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청와대발(發) 의혹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공세 수위가 낮았던 바른미래당은 지난 7일 손학규 대표의 발언을 기점으로 강경모드로 전환했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재민 폭로 사건에 대해 "상임위 차원에서 사실을 규명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통해 실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개특위에서 한국당의 반대로 교착 상태인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풀기 위해, 우선 다른 현안에서 야3당 공조 테이블을 마련 후 이를 진척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바른미래당 내 핵심관계자는 9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손 대표의 발언 후 비공개 회의에서 김 원내대표가 청문회 관련 한국당의 입장을 참석자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며 "선거구제 개편을 위해선 어쨌든 한국당의 동의가 필요한 게 현실이기에 일부분에서라도 야3당 공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3당 공동전선에 합류한 민평당 또한 내부에선 특감반 의혹 특검 및 신재민 청문회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국당은 특검에 이미 합의한 것처럼 말하는데 우리는 시기와 방법을 논의해보자는 것이지, 특검에 동의한 적 없다"며 "신재민 폭로 사건도 뭔가를 파헤치려는 것 보단 상임위 차원 청문회를 활성화할 필요는 있다고 봐서 동의한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선거제 개편에 대해 한국당의 전향적 입장을 끌어내고자 한 것"이라며 "두가지 현안에 대해선 민주당을 압박하는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에 맞선 야3당의 공조체제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일 수밖에 없는 것은, 해당 현안들이 총선을 앞두고 생존권의 문제가 달려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입장에선 현 정부의 지지율을 끌어내려야 총선 승리를 위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반면, 바른미래당과 민평당은 연동형 비례제 등으로 선거구제를 개편해야 총선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