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처음 아시안컵에 출전한 손흥민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영표를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광래 감독은 19세였던 손흥민(27, 토트넘 핫스퍼)을 전격 발탁했다. 2010년 11월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와 프로 계약을 맺은 유망주의 깜짝 발탁. 조광래 감독은 "대담하고, 과감하다. 틈만 나면 슈팅 때릴 생각을 한다"면서 "말 그대로 파닥파닥하다"고 손흥민의 발탁 배경을 밝혔다.
손흥민은 아시안컵을 앞둔 2010년 12월30일 시리아와 평가전을 통해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지만, 아시안컵이 사실상 대표팀 데뷔 무대나 다름 없었다.
박지성, 이영표 등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교체 멤버로 뛰었지만, 손흥민의 임팩트는 강렬했다.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최연소 아시안컵 출전(1위 1998년 골키퍼 김봉수의 18세7일, 손흥민은 18세186일). 조별리그 바레인, 인도전을 비롯해 일본과 4강전, 우즈베키스탄과 3~4위전에서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인도전에서는 골도 넣었다. 당연히 최연소 득점 기록이다.
다만 손흥민의 첫 아시안컵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일본과 4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후 손흥민은 성장을 거듭했다.
2013년 6월 바이엘 레버쿠젠으로 이적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도 출전해 골(알제리전)까지 기록했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손흥민에게는 두 번째 아시안컵이었다. 4년 전과 달리 대표팀의 중심 중 하나였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연장 2골, 호주와 결승전에서 1골을 터뜨렸지만, 이번에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7년 만의 결승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호주에 절대 놀러오지 않았다. 우승을 하러 왔다"고 다부지게 말했던 손흥민은 결승전에서 패한 뒤 "우승할 기회를 놓쳐서 아쉬웠다. 국가대표를 은퇴하는 차두리 형의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선물을 주지 못해 슬펐다"고 다시 눈물을 쏟았다.
아픔은 다시 성장으로 이어졌다.
아시안컵을 마친 2015년 8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프리미어리그 기준으로 2016-2017시즌 14골, 2017-2018시즌 12골을 넣었고, 뒤늦게 발동이 걸린 올 시즌도 벌써 8골을 기록 중이다.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수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명실상부한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도 자리매김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2골을 기록했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느덧 주장 완장은 손흥민의 팔에 걸렸다.
3번째 아시안컵에 나서는 손흥민. 이제 손흥민의 왼팔에는 주장 완장이 채워져있다. (황진환 기자)
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막을 올린 아시안컵.
27세 손흥민의 세 번째 아시안컵이다. 모든 국가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됐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손흥민을 상대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두려워했고, 호주 데일리텔레그라프도 "호주를 상대로 골 장면을 만들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7일 필리핀과 1차전, 12일 키르기스스탄과 2차전에 나서지 못한다. 아시안게임 출전 당시 합의를 마친 사항.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을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토트넘에게는 아쉬운 일이다. 손흥민 역시 "지난 여름 한 차례 팀을 떠났는데 또 대표팀에 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태극마크의 의미는 손흥민에게 남다르다. 게다가 아시안컵은 1960년 대회 우승 이후 59년 동안 한국 축구가 오르지 못한 산이다. 손흥민이 아시안컵을 향해 각오를 다지는 이유다.
손흥민은 "59년 동안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면서 "토트넘을 잠시 떠나는 것이 슬프지만, 아시안컵 출전은 조국을 위해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