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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돼도 발레 할 것 같아요"…53살 이원국의 뜨거운 발레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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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인(人) 인터뷰 ③] 1세대 원조 발레 스타의 멈추지 않는 열정, 이원국 발레리노

이원국 발레단의 이원국 단장이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KBEC발레시어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원국 발레리노는 대표적인 1세대 발레 스타이다. '한국 발레리노의 교과서', '발레계의 황태자'로 불리며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1967년생, 올해 53살이지만 그는 아직도 현역 무용수로 무대에 오른다. 어려운 여건 속에도 자신의 이름을 딴 이원국발레단을 운영하며 발레 영재들을 키워내고 있다. 수십 년간 단 하루도 발레를 거른 적이 없다는 그에게 발레는 숨쉬는 것처럼 삶 그 자체다.

이원국 발레리노를 크리스마스 이브날 이원국발레단이 있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kbec 발레시어터에서 만났다. 길을 걸으면서도 발레 연습을 한다는 그의 몸은 50대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균형잡혀 있었다. 공연에 오르는 횟수만 1년에 100회~150회에 달한다. 근육 만큼이나 발레를 대하는 자세와 마음도 단단했다. 한국 발레의 질적 발전을 위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이원국 발레단의 이원국 단장이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KBEC발레시어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발레를 시작한지 30년이 넘었죠? 이렇게 오래 춤을 출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요?

1986년 6월1일 부산에서 처음 발레를 접했어요. 32년이 됐네요. 저에게 현역인지 아닌지의 개념은 어느순간 사라졌어요. 그저 '어제도 발레를 했으니 오늘도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해요. 발레는 매일매일 새로워요. 30년전 스승님의 가르침을 이제서야 정확하게 깨닫기도 해요. 손가락을 길게 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턴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동작 하나하나의 정확성을 이제야 느끼기도 해요. 물론 잘 안될 때도 있죠. 때로는 좌절을 느끼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게을러져서 그런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도 해요. 발레에서 절대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노력하는 과정이 좋아요. 저에게는 발레는 정신적인 수련과도 같아요.

▶ 연습은 어떻게 하시나요?

하루에 연습실에서만 기본 6시간 이상은 해요. 길을 걸을 때, 계단을 오를때도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발레 연습을 해요. 오래하다보니 일상에서 발레를 하는 법을 터득했어요. 해외로 가족여행을 가서도 잠깐이라도 시간을 만들어서 따로 연습을 해요. 그래서 늘 언제, 어디서든 발레할 수 있는 복장을 입고 다녀요. 구두 대신 항상 부드러운 운동화를 신고 바지는 트레이닝복을 입어요. 단 하루도 발레를 쉰 적은 없는것 같애요.

이원국 발레단의 이원국 단장이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KBEC발레시어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예전에 비해 발레리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나 인식도 많이 바뀐 것을 느낀나요?

선입견은 많이 사라졌죠. 하지만 여전히 사회 일면에는 발레리노라는 직업을 인식 못하는 분들도 있죠. 저는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많은 칭찬과 배려를 받았지만 젊은 무용수들은 여전히 힘든 부분이 있죠.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씨 등 많은 제자들을 키워내셨잖아요. 기억에 남는 제자들이 있나요?","bold":true}

여러 친구들이 있었죠. 제자들 중에는 활동을 하다 이미 은퇴를 한 친구들도 있어요. 잘 된 친구들도 있지만 안타깝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늘 제자들의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요. 제자들에게 힘들 때 꼭 찾아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힘들 때 얼굴 보면서 살자, 같이 얘기하고 발레하자"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 제자 발레리노 김기민 씨 활약이 대단해요. 어떻게 인연이 되셨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 기민이가 발레를 그만둘지 말지 기로에 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저와 인연이 됐어요. 제가 발레를 계속 하면 좋겠다. 대성할 수 있다고 부모를 설득했죠. 커갈 동안에 함께 했고 한예종 갈 때도 조언을 하고 했죠. 대한민국이 낳은 무용수들 중에 지금 기민이는 최고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클래식 발레가 태어난 곳인데 그곳에 한국인이 정상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무용수로서 부럽기도 해요. 제가 크게 해준 것도 없는데 저를 스승이라고 얘기해주고 챙겨주네요. 오히려 제가 많이 배웁니다.

이원국 발레단의 이원국 단장이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KBEC발레시어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이원국 발레단의 운영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나요?

이원국발레단은 2004년 11월에 창설했어요. 서울시 노원구 문화예술회관과 협약해서 상주단체로 8년간 지원을 받다가 자립을 결심하고 지금은 완전히 독립돼 있는 상태에요. 더 늦기 전에 자립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후회는 없지만 앞으로 발레단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온전히 제 몫이죠. 아주 큰 발레단도 재정난에 허덕이는데 사실 이렇게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에요. 다행히 집사람(kbec 발레아카데미 이영진 원장)의 도움으로 제가 예술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내조를 받고 있고, 그동안 쌓였던 저희 공연에 대한 신뢰와 명성이 뒷받침 돼 발레단이 운영되고 있어요. 사실 비영리 순수단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비지니스 차원에서 본다면 해서는 안되는 도전이죠. 그래도 예술을 할 수 있고, 발레를 통해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는 마음이에요.

▶ 발레를 늦게 시작했는데, 얼마 안 돼서 정상에 오르셨잖아요. 탁월한 재능이었을까요?

저도 아직도 미스테리에요. 10대 시절 6년 간이나 방황하면서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생활하다가 스무살 때 발레를 접했어요. 내가 사람으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고 열정을 쏟아부을 곳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발레에 빠졌던 것 같애요. 밤낮이고 연습했어요. 물불을 가리지 않고 했던 것이 원동력이었던 것 같애요.

▶ 한국 발레의 산증인인데, 우리나라 발레 제대로 발전하고 있나요?

내적, 외적으로 함께 발전됐다고 볼수는 없을 것 같애요. 인적자원도 풍부해지고 레파토리가 많아진건 맞죠. 공연기회도 많아졌구요. 외적으로 성장한건 분명하지만 순수하게 클래식발레의 수준으로 보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뛰어난 몇명은 있지만 아직 평균적인 발레의 수준은 세계 정상급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죠. 아직 국내 발레단이 해외에 초청 공연을 갈 수준은 아니죠. 특히 해외에도 먹힐 스타가 없어요. 외적인 성장과 함께 더 실력과 내실을 갖춰나가야죠.

▶ 한국인들이 발레 콩쿨에서 성적도 좋고, 기량이 발전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러시아는 발레단 수준이 엄청나요. 발레단에서 어린시절부터 무용수들을 철저히 관리해서 콩쿨도 잘 내보내지 않아요. 우리도 몇몇은 국제 콩쿨에서 많이 우승하고 하지만 평균적인 기량은 제자리걸음인 것 같애요. 체계적인 지도와 관리가 더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애요. 무용수들도 그런 부분은 목말라하고 있어요. 특히 우리는 발레전문 교육기관이 없고 대학에서 전공하는 발레 중심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어요. 물론 장단점이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도 어린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발레전문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9살, 10살부터 시작해서 최소한 7년~9년 과정을 거쳐서 18살 19살까지 교육하고 바로 프로 무용수를 배출하는 거죠.

이원국 발레단의 이원국 단장이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KBEC발레시어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한국 발레를 위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세요?

내적 발전을 하는데 일조하고 싶어요. 한국 발레는 메소드(교육방식)을 다 수입을 했잖아요. 러시아 바가노바 메소드를 받아들였는데 그걸 발전시키고 단점은 빼고 장점을 살려서 한국 사람에 맞는 메소드를 만들어서 인재를 양성하고 싶어요. 발레라는 운동이 깊이가 있는 운동이에요. 부모가 물려준 신체가 성장하면서, 또 안좋은 습관 때문에 몸이 변형돼 가는데 발레를 하다보면 원래 부모에게 받았던 좋은 신체로 돌아가는 것 같애요. 저는 어릴때는 양반다리도 못했거든요. 요즘도 발레를 하면 몸이 점점 부드러운 것을 느껴요. 발레가 그저 예술로 끝나는게 아니라 이런 발레의 좋은 부분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어요. 일반인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이원국 메소드'를 만들고 싶어요.

또, 이원국발레단이 많은 대중들에게 발레에 대해 쉽게 다가가게 하는 역할인데 앞으로 창작을 많이 해서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좋은 작품도 만들고 싶어요.

▶ 발레를 30년 넘게 하셨는데 몸은 괜찮은가요? 부상은 없었나요?

다행히 아주 큰 부상은 없었어요. 1987년에 허리부상을 당했는데 스스로 연습을 통해서 치료했어요. 발목이 돌아간 것은 오른쪽, 왼쪽 10번씩이에요. 종아리가 파열되기도 했고, 종아리 인대나 허벅지 인대가 끊어지기도 하고… 그래도 공연은 다 했어요. 저는 제 몸을 보면서 인간의 몸은 인간이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발레로 몸을 치유하는 거죠.

▶ 연습과 공연으로 스케줄이 꽉 차신 것 같은데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세요?

가끔 술도 마셔요. 친한 분들과 술자리를 갖고 스트레스도 풀곤 해요. 그래도 다음날 발레 연습을 해야하니까 한 시간에 끝내요. 짧고 굵게 만남을 갖죠.

▶ 앞으로 언제까지 춤을 추실 건가요?

저는 오래할 것 같아요. 지금도 무대에 자주 오르는데 아주 편안하게 해요. 30대 후반에는 오히려 몇살 때까지만 해야지 이런 게 있었는데 어느순간 그런 생각도 잊어버렸어요. 편안하고 여유있게 내려놓고, 대신에 열심히 하고 싶어요. 아마 환갑 때도 하지 않을까요. 주변에서도 환갑 때도 할 것 같다고 얘기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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