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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규명법' 또 불투명…"화가 난다" 피해자들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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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마지막 회의 회의록 들여다보니
개정논의 6년 째인데 한국당 "의견 수렴 더 하자"
민주당 "최소한 입법이라도…"버텼지만 결국 무산
과거사 피해자들 고통 계속될 듯...형제복지원 피해자 422일째 국회 앞 농성

국회 본회의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과거 권위주의 정부로부터 입은 피해를 규명하기 위한 '과거사 진상규명법' 재개정 논의가 또 진척없이 한 해를 넘겼지만 올해도 법안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당이 더 검토해야한다며 시간끌기에 나선 가운데 여당도 의지가 부족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과거사 청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공약 중에 하나임에도 과거사 피해 생존자들의 설움과 고통은 올 한 해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마지막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열렸던 12월 26일 소위 임시회의록에 따르면, 여야의 논의는 또 다시 겉돈 채 진전없이 끝나고 말았다.

이날 회의에는 지난 2005년 통과된 기존 과거사진상규명법에 따른 진상규명조사위원회 활동시한을 4년 더 연장하고, 피해신고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는 '원포인트법'이 소위 안건으로 올랐다.

계속 제자리를 맴도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을 비롯한 민간인 희생에 대한 진상규명 관련법들이 해를 넘길 운명에 처하자 고육지책으로 인재근 행안위 위원장과 여당이 중심이 돼 낸 법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야는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여당은 개정 논의가 어렵다면, 기존법의 시한 연장이라도 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펴며 사실상 반대에 나섰다.

당시 소위 회의록에서 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지금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급하게 해야 된다라고 하는 것은 조금 이상한 것 같다"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위원회가 활동기한이 끝난 것을 다시 살리는 내용이라는 것이지요? 이 부분은 의견 수렴들이 돼야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라고 추가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같은당 유민봉 의원은 "법안의 내용은 어떤지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봐서 형평성도 맞고 절대적으로 과거에 희생당한 분들에게 최소한 억울함이 없도록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과거사에 대한 한번 정리가 되어야지 이 논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기존에 통과된 법에 따른 조사 위원회 활동시한이 끝난지 8년, 개정안이 발의된지 6년이 넘겼지만, 법안심사를 체계적으로 다시 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법안의 심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법안의 시급성을 재차 설명하는가 하면,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소위장에서 분노를 나타내면서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이미 대상이나 범위 나 규정은 기본법에 포함이 됐다, 그러니까 (중략) 동의해주시고 앞으로 6개월의 기간이 있는데 법안 중에서 문제가 됐던 점은 다시 법안소위에서 논의하자"며 "너무 기본적으로 충실하다 보면 이 법안이 2019년 새해에도 특별하게 진척 없이 이런 식으로 풀어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같은당 이재정 의원은 "보다 완벽한 법의 구성, 최적의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서, 보다 많은 피해자들 구제를 위해서, 어떤 명분을 내더라도 이것은 국회 직무 유기"라며 "(피해자들은)오늘도 사법부 문을 두드리고 있다. '법 원으로 가세요. 국회 책임 아니다'라고 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한국당 소속 위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활동 자체를 다른 방향으로, 활동 자체를 하는 게 맞는 건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 제기가 있으신 건지 직접적으로 여쭤보고 싶다"면서 쏘아 붙이자, 한국당 홍문표 의원은 "말씀 중에 조금 말을 삼 갈 것이 있어요. 그러면 행안위 회의 자체가 뭐가 있습니까?"라며 짧은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결국 조사위원회 활동 시한 연장을 골자로 한 과거사진상규명법은 이날 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과거사진상규명법이 또 한해를 넘기는 순간이다.

앞서 2005년 참여정부 시절 통과된 과거사진상규명기본법에 의한 조사 위원회가 4년간의 활동을 마치고 2010년 종료됐다. 하지만 짧은 조사 기간 탓에 당수 피해자에 대한 규명이 되지 못하고, 국가기관의 권고사항 이행을 비롯한 후속조치도 미흡한 실정이란 지적이 있어왔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대표적 인권유린 사건으로 꼽히는 '부산 형제복지원'이나 '장준하 의문사'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법안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2018년 마지막 소위의 모습처럼 여야 논의는 지난 수년간 '다람쥐 쳇바퀴'만 돌았을 뿐이다.

지난 2013년 19대 국회에서 진선미 의원 대표 발의로 조사범위를 넓히는 해당 법의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별다른 논의없이 20대 국회까지 논의가 늘어지고 있다.

소관 소위원장인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지지부진한 법안 논의에 대해 "활동시한 연장도 부정적이고, 유가족들이나 희생자단체들이 가면 말로는 이야기할 것 처럼 하면서 사실상 부정적이다. 실제로 생각이 없는 것"이라며 "시간끌기"라고 한국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당 윤재옥 의원은 "서로 다른 과거사에 대한 여야의 생각 차가 너무 크다"며 "지도부 차원의 타협이 우선되지 않는 이상 상임위에서도 논의의 속도가 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협상이 없는 것을 보면 여당 지도부도 우선순위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여당에게 책임을 돌렸다.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 대표인 한종선씨(왼쪽)와 최승우씨가 국회 정문 앞에서 노숙 연자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회

 

여야의 이러한 기싸움과 방치 속에 올해도 과거사 피해자들은 고통의 기다림을 계속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해당 법의 통과를 위해 국회 앞에서 농성을 이어온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씨는 이날로 422일째 국회앞 농성 중이기도 하다.

한 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논의를 통해서 여야가 없는 사건이니 잘 합의해주길 바랐는데 아무런 명분도 없이 시간만 끌고 있으니 이제는 화가난다"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를 해야할 정도"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100대 공약중 세번째 링크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여당 입장에서 제대로 소화를 못하는 것 같다. 야당을 설득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면서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과거사 사건 피해·생존자들과 시민사회 단체가 국회에 계류된 7개의 과거사 관련법을 하루빨리 개정하라고 호소하기도 했지만 국회에서는 아무런 진척이 없이 해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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