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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사장 "세종문화회관 직원들 역량 우수, 문제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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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회계사 출신이 세종문화회관의 수장으로 온다'는 이야기가 들렸던 지난 가을,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들렸다. 굳이 비율을 따지자면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재정 상태가 건전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세종문화회관이기에 돈을 잘 다루는 회계사는 어쩌면 적합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영역이 돈의 논리로만 접근할 수는 없다. 우려는 어쩌면 당연했다.

김성규 사장이 부임한지 세 달이 되어가는 지금 안팎으로 들리던 목소리는 반전됐다. 이제는 기대의 목소리가 더욱 많이 들린다. 우려를 기대로 바꾼 건 단연 그의 행보 때문이다.

취임 보름 만에 조직 개편과 업무 조정을 한 그는 빠른 행보로 세종문화회관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그는 경영인으로서 예술에는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고 직원과 예술단이 일할 수 있는 장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산하 9개 예술단체 예술감독들의 권한은 강화하고,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 안에는 그의 구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에 대해서도 신뢰가 강했다. "충분하고도 우수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인데, 장이 마련되지 않아 그동안 펼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역할은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했다.

그는 당장 해야 할 것과 시간을 두고 해야 할 것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의 구분이 명확했다.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는 모습을 보며, 예리한 칼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리한 칼은 환부를 잘 도려내지만, 예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상처를 곪게 한다. 그런 면에서 조직의 개혁과 변화는 예리하게 해야 한다. 조직 내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 부분만을 단번에 수술해야 한다. 그는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다음은 김성규 사장과의 일문 일답.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세종문화회관(세종) 사장 취임 직후 10여 일 만에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빠른 움직임에 많은 사람이 놀랐다. 이전부터 세종 조직에 대한 파악을 해왔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 특별하게 준비해둔 건 아니다. 취임하자마자 팀장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 결과 이런 부분에서 개편이 필요하다 싶었다. 평소 알던 지식과 경험도 반영됐다. 이왕 칼을 뽑았으니 빨리 한 것뿐이다.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직원들에게도 빨리 알리고 싶었다.

▶ 첫 조직 개편의 의도와 방향성이 궁금하다.
=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프로세스를 단순화해 효율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취임 전부터 세종문화회관이 안고 있는 문제가 많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근간에는 비효율성이 있었다고 본다.

일단 구조적으로 홍보마케팅팀과 문화재원조성팀을 사장 직속으로 뒀다. 내부적으로는 다른 조직에 원활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고, 대외적으로는 창구를 단일화하려는 것이다. 이전에는 문화예술본부 내에 있었는데, 서로 시너지가 나지 않거나 사업적으로 프로세스가 연결되지 않았다.

그 외 공연기획/예술단/무대기술은 하나의 프로세스로 움직이는 영역이니 건드리지 않았다. 이 개편은 3월쯤 할 예정이다. 사업과 관련해서는 건드릴 생각이 없고, 앞으로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일은 직원이 하는 거고, 경영자의 임무는 직원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 취임 전 바라본 세종문화회관은 어떠한 곳이었나.
= 먼저 나의 평가는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주위의 평가를 얘기하자면 결론은 '문제가 많다'였다. 말하는 사람마다 관점은 달랐다. '상업적인 공연이 많다'부터 시작해 '노사 문제', '예술단원 문제' 등 각자 다른 이야기들을 했다. 그러면서 나보고 힘들 거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내가 와서 보니 들은 만큼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나는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조직, 즉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조직은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는 거다. 한 사람 역량과 다른 한 사람의 역량이 모여서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취약했다.

그 원인을 100%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안 좋은 관행이 고착화되면서 개개인 역량을 이 조직 안에서 발휘를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직원들이 갖고 있는 역량을 발휘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장을 마련만 해주면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공연업무를 담당하는 본부는 어떻게 개편하려고 구상 중인가.
= 공연은 여러 부서의 협력이 이루어지는 영역이다. 사무국(공연기획, 고객지원), 무대, 예술단 등 이 세 부분이 서로 영역을 나누면서도 하부 시스템끼리 긴밀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게 중점이 될 것이다.

일단 기존의 예술단 본부를 없애고, 그 아래 9개 예술단이 각각의 특성에 맞게 움직이도록 할 것이다. 사례를 하나 들자면, 지금까지는 9개 단체의 평가나 급여가 단일 기준이었다. 나는 뭔가 잘못됐다고 본다. 각 예술단의 활동 방식이 다른데, 평가 방식이 같으면 문제가 생긴다. 디테일하게 각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할 것이다. 이미 정해진 라인업 이후부터는 9개 단체가 함께 조율해 스케줄을 짤 것이다. 각 예술단의 특성을 살리되 따로 움직이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민간과 경쟁하지도 않을 것이다. 민간과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 시스템과 제작비를 따라갈 수 없다.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그 규모 내에서 우리가 어떤 공적 책무를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나갈 것이다.

▶ 선임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예상 밖 인물이었기 때문일 거다.
= 나를 모르는 사람은 놀랐겠지만, 아는 사람들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편한 자리 두고 왜 그곳으로 가느냐며 걱정하기도 했다. 전임 사장이 예술적인 부분에서 역할을 했다면, 나는 경영적인 측면에서 혁신을 요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주어진 소임을 다 하겠다는 생각뿐이다.

▶ 회계사 출신이라는 점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예술을 숫자로만 평가할 것 같은 우려일 것 같다.
= 그건 나를 잘 몰라 하는 오해이다. 나는 숫자를 보지 않는다. 예산 심의 같이, 꼭 봐야 할 상황에서만 본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조직 개편 다음으로 가시적으로 느낄 수 변화는 무엇이 될까.
= 경영자가 새로 오면 누구나 하는 게 혁신이나 변화이다. 내게 두 번째 변화는 소통이 될 것이다. 변화와 소통이라는 두 키워드는 경영자로서 항상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대외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직이 변해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변화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을 가지되, 조직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소통하려 한다.

외부와의 소통도 고민하고 있다. 그 측면에서 공간의 변화를 주어 소통하려 한다. 공간 리모델링이다. 그 시작이 활동이 불편한 분들이 쉽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에 계단이 많다. 장애인이나 고령자들이 이동하시기 불편하다. 중앙계단을 에스컬레이터로 바꾼다거나, 경사로로 한다는 등 지금은 아이디어를 내는 수준이다. 기획안이 나오면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등도 고민해야 한다.

동일한 공간을 더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간의 가치를 더욱 커지게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더 많이 이용하게 할까 늘 고민한다. '여기에 가면 좋다'라는 느낌 들게 해야 사람들이 자주 이용할 거다. 공연 퀄리티 높이는 건 안의 문제이고, 밖의 공간 문제는 다양하게 고민 중이다.

예인홀도 리모델링한다. 낮에는 직원들의 휴게 공간으로, 샌드위치나 커피를 하며 수다 떠는 공간으로 활용하게 할 것이다. 저녁에는 스태프나 아티스트들이 밥차를 불러서 식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동안에는 식사를 할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아티스트들이 분장한 채로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 앞으로의 재원확보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 기존 재원팀이 있다. 이 팀은 만든 건 잘한 일인데, 아쉬운 건 구성원이 순환보직이라는 점이다. 1~2년만 일하다가 이동한다. 열심히 하더라도 성과 안 날 수 있다. 최소 5년 이상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기존 구성원과 함께 외부 충원을 통해 시작한다. 이들은 공개 채용을 통해 뽑을 계획이다.

재원 확보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는 기업 스폰서이다. 공연장이 제일 빠르게 할 수 있는 거다. 이 부분은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뒤에서 술 먹는 네트워크가 아니다. 기업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어떤 기업이 관심을 갖는 영역인지를 알고 접촉할 수 있다.

둘째는 기존의 후원회원이다. 1년에 4000~5000만 원이 이분들의 후원으로 충당된다. 이 후원회원을 확대할 것이다. 셋째는 장기적 계획인데 소액 후원자를 모집하려 한다. 10년 정도 후원할 수 있게, 명분을 만들고 내년부터 착수할 것이다.

▶ 취임 기간 동안 반드시 이루고 싶은 '김성규표 이것'이 있을까.
= 외부 판단과 나 개인의 판단은 다를 것 같다. 외부에서는 가시적 성과를 제 성과로 보겠지만 내가 판단하는 건 조직 문화가 어떻게 바뀔까이다. 나는 외부사람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관심이 없다. 내 3년간 목표는 조직문화의 변화이다. 직원들이 적극성을 갖고 일하게 할 것이다. 이건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다. 나만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먼 훗날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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