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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묵은 800만 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 숨통은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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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유니세프·WFP 통한 800만 달러 규모 현물 지원 계획 1년 3개월째 미집행
한미, 2차 워킹그룹회의서 "인도적 지원 문제 자체는 유엔 제재 대상 아냐" 공감대
美, 비핵화 목표 달성 도움안된다며 인도적 지원 계속 반대해오다 입장 선회
해 넘길 경우 남북교류협력기금 지출계획 재의결 필요

비건 대표와 이도훈 본부장. 자료사진

 

미국이 인도적 목적의 대북 지원은 사실상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져 1년 이상 미뤄져온 국제기구를 통한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 계획도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어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UNICEF)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미국의 반대로 1년 3개월이 넘도록 집행이 보류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사업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건 대표는 또 21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가진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에서도 인도적 지원 문제 자체는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건 대표는 ‘한국 정부의 800만 달러 인도적 지원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일단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그는 “인도적 지원 문제를 일반적으로 협의했고, 내년에 몇가지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또 이번 2차 워킹그룹 회의에서는 800만 달러의 집행 시기 등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이도훈 본부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은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비건 대표의 언급은 미 국무부가 지금까지 취해온 입장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8월에도 “경제적 혹은 외교적 압박을 성급히 완화하는 것은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줄어들게 할 것”이라며 800만 달러 집행 계획에 계속 제동을 걸었었다.

그러나 비건 대표가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등 부분적인 제재 완화를 시사했고, 내년에 계속 논의할 뜻임을 밝히면서 이르면 내년 초에 집행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그동안 800만 달러의 국제기구 공여와 관련해서 정부는 국제기구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해 오고 있었다”며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과의 사전 협의를 거친 다음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예외를 인정해주면 정부는 유니세프 등과 협의를 거쳐 집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보면 유니세프의 아동 및 임산부 보건의료·영양실조 치료 등 지원 사업에 350만 달러, 세계식량계획의 탁아시설·소아병동 아동 및 임산부 대상 영양 강화식품 지원 사업에 450만 달러가 지원될 계획이다.

그렇다고 800만 달러가 현금으로 북한에 지원되는 것은 아니다.

통일부는 “유엔아동기금 등에는 아동·임산부용 의약품, 영양식 등의 품목을 현물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현금이 아닌 만큼 북한 당국이 전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통일부는 “국제기구들은 ‘접근 없는 지원은 없다’(No Access, No Assistance)는 엄격한 투명성 기준에 따라 평양에 상주 사무소를 두고 정기적으로 지원시설을 무작위로 방문하는 등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있다”며 “지원 물자가 지원 대상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대북 지원 집행이 올해를 넘길 경우에는 현행법상 교추협에서 남북교류협력기금 지출 계획을 다시 의결해야 한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계속 교착 상태에 있을 경우 재집행 의결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의 반발이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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