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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9시간 노동' 부인한 '황후의 품격', 21시간 노동은 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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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SBS-제작사 SM라이프디자인그룹-주동민 PD, 고발당해
근로계약서 미작성 및 초장시간 노동 등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총 50회차 중 하루 20시간 넘게 노동한 날 33회차
"하루 20시간 넘는 노동 아무렇지 않게 자행돼"

SBS '황후의 품격' 방송사, 제작사, 주동민 PD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18일 고용노동부에 고발당했다. (사진=SBS 제공)

 

"'황후의 품격' 29시간 30분 촬영으로 알려진 10/10일 정읍, 영광 촬영의 경우 여의도에서 06:20 출발, 지방에서 익일 05시 58분에 촬영이 종료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지방으로 이동하는 시간과 충분한 휴게시간이 있었으며, 이에 따라 총 21시간 38분 근로시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1인당 4만 원의 별도 출장비도 지급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은 휴차(촬영 없이 휴식시간 가짐)였습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 이하 방송스태프지부)가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이 하루 최대 29시간 30분에 이르는 초장시간 노동을 했다고 밝히자, SBS가 내놓은 입장이다.

그러나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이동 시간과 휴식 시간을 구분 없이 기술해, 실제 휴식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촬영 현장을 떠나지 않고 대기하는 시간을 실질적인 휴식 시간으로 볼 수 있는지도 짚어야 한다. 별도 출장비를 줬다고 언급한 건, 출장비가 나오면 초장시간 노동을 해도 된다는 뜻일까. 다 차치하고, SBS가 주장한 '하루 21시간 38분 노동'은 정상인가.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SBS '황후의 품격' 공동고발인단 주최로 '황후의 품격 29시간 30분 연속 촬영! SBS 및 제작사 SM라이프디자인그룹 고발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방송스태프지부, 청년유니온, 언론개혁시민연대, 돌꽃노동법률사무소로 구성된 공동고발인단은 '황후의 품격'을 방송 중인 SBS, 제작사인 SM라이프디자인그룹, 메인 PD인 주동민 PD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공동고발인단은 근로기준법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 제50조(근로시간), 제53조(연장근로의 제한), 제56조(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 제70조(야간근로와 휴일근로의 제한)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황후의 품격' 촬영일지를 보면 스태프들의 노동강도가 얼마나 센지 알 수 있다.

9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총 50회 촬영 회차 중 하루 노동시간이 20시간 안쪽이었던 날은 17회차에 불과했다. 나머지 33회차는 모두 하루 노동시간이 20시간을 훌쩍 넘겼다. 비율로 환산하면 66%에 이른다. 가장 짧게 일한 날은 12시간(11월 3일), 가장 오래 일한 날은 29시간 30분(10월 10일)이었다.

휴차(촬영 없이 쉬는 날) 없이 수일간 이어진 연속촬영도 노동강도를 높이는 주요인이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김수영 변호사는 "촬영일지를 보니 (스태프들의)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SBS '황후의 품격' 공동고발인단 주최로 '황후의 품격 29시간 30분 연속 촬영! SBS 및 제작사 SM라이프디자인그룹 고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유경 노무사(왼쪽에서 네 번째)가 발언 중이다. (사진=김수정 기자)

 

김 변호사는 "11월 2일부터 6일까지 연속촬영이 있었고, 다시 11월 9일부터 17일까지 9일 동안 촬영했다. 11월 13일에는 (그날 촬영이) 11월 14일 5시 40분에 끝났는데 20분 쉬고 다시 6시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21일부터 30일까지 10일 동안 휴차 없이 촬영이 진행된 것을 언급하며 "사람을 죽이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식으로 노동을 시키면서 한류라고, 한드(한국 드라마)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며 "고용노동부는 반드시 엄격한 근로감독을 통해 이와 같은 살인적 장시간 노동을 반드시 근절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꽃노동법률사무소 김유경 노무사는 "'살인적'이란 말이 과연 과장된 표현일까 생각해 봤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지난 9월 노동부가 드라마 제작 현장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대다수 스태프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당 최고 40시간까지 일할 수 있고 당사자 합의를 해도 초과 노동시간은 12시간을 넘길 수 없다는 점을 들어, '황후의 품격' 현장이 법을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노무사는 "29시간이 아니라 21시간 30분밖에 (일을) 시키지 않는다고 하는데, 현행법상 하루 20시간(하루 노동 시간 8시간+당사자 간 합의에 따른 추가 노동 최대 12시간)을 넘기면 위법이다. 본인들이 위법 저지르고 있다는 걸 자인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발표한 과로사 지침을 보면 쓰러지기 전 12주 동안 주당 60시간 이상 일하면 과로사라고 본다"면서 "그런데 방송 현장에서는 하루 20시간 넘는 노동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방송업은 특례업종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무한정 연장노동이 (법상으로는) 불가능해졌지만 달라진 게 사실 없다. 근본적으로 제작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는 사업자, 이 사태를 방기해 온 고용노동부의 책임이 크다"며 "(노동부는) 현장 실태 관리·감독하고 위법한 상황을 처벌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후의 품격' 공동고발인단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고발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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