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14일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비위의혹 사태 이후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하고 특감반 쇄신안을 발표했다. 지난 4일 문 대통령이 개선 방안 마련을 지시한지 10일 만이다.
다만 조 수석은 이번에도 직접 발표대에 서는 대신, 보도자료를 통한 서면 발표 방식을 택했다. 논란이 불거진 시점부터 쇄신책이 나오기까지 보름 동안 단 한 번도 이번 사태 관련 민정수석실 차원의 공개 설명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지난 3월 조 수석이 개헌안 관련 공개 설명을 직접해 적절성 논란까지 뒤따랐던 때와 비교하면 달라진 태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 "비위 무마 관행 개선 위해 전원교체 공개결정" 자평…물음표는 '여전'조 수석은 이날 배포한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 쇄신안 보도자료'의 서두에 지난달 29일에 이뤄진 해당 특감반 전원교체 조치의 의미부터 설명했다.
그는 "정치권과 언론의 의혹제기 등 예상되는 정무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향후 공직감찰의 기강을 재정립하기 위하여 특감반원에 대한 청와대 차원의 정식감찰, 징계청구, 그리고 전원교체라는 유례없는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감반원의 비위를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무마하던 과거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내부의 비위의혹을 파악하고, 과거와는 달리 공개적으로 전원교체 결정을 내린 건 투명하고 강도높은 쇄신 조치였다고 자평한 셈이다. 그러나 특감반 전원교체 결정이 발표된 시점은 언론을 통해 특감반 소속 김 모 수사관의 지인 수사개입 의혹이 보도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김 수사관에 대한 감찰과 검찰 복귀조치는 언론보도 이전에 이뤄지긴 했지만, 보도 후 이뤄진 전원교체 결정은 논란 차단용 성격도 강하지 않느냐는 물음표는 여전히 남는다. 최초로 전원교체 건의를 했던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건의 시점에 대해 "전원교체 결정이 나기 전 일정시점에 건의가 이뤄졌는데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며 "(비위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계속 고민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답을 내놨다.
◇ '특별'감찰반 문패 바꿔 '감찰반'으로…비위 차단 '내규 강화'이번 쇄신안은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의 명칭을 '감찰반'으로 바꾸고, 감찰반원 구성을 여러 기관 출신으로 다양화 해 상호 견제를 꾀하는 한편,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업무내규를 마련한 게 골자다.
이에 따라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명칭은 '감찰반'으로 일괄 변경된다. 다만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던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의 명칭은 '공직감찰반'이 된다. 조 수석은 권위적 어감을 주는 '특별'이라는 표현을 뺀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검찰과 경찰 출신 인사로만 꾸려졌던 감찰반은 이제 검·경·감사원·국세청 등 여러 기관 출신 인사들로 다양화 된다. 상호 견제를 위한 조치다.
21개 조항으로 구성된 공직감찰반 업무내규도 만들어진다. 감찰반장에 의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감찰 개시 전 반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고위공직자와 접촉할 경우 사전·사후보고가 이뤄지도록 했다는 게 조 수석의 설명이다. 아울러 감찰 결과 사정기관으로 이첩된 사건의 진행 사안에 대한 관여 금지도 명문화 하는 한편, 부당한 지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대부분 이번 특감반원 비위 의혹 내용과 연계된 조치들이다.
◇ 조국, 사태 이후 첫 유감표명…서면으로 "자성"조 수석은 보도자료 말미에 "민정수석 이하 민정수석실 구성원 모두는 일부 특감반원의 비위행위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자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심기일전해 더욱 엄정한 자세로 향후 청와대 안팎 공직사회의 비위근절과 기강확립에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 전원교체 결정 이후 15일 만에 나온 유감표명이다. 이 기간 동안 조 수석이 공개석상에서 이번 사태 관련 설명을 한 적은 없다. 이유가 흐릿한 고강도 조치(전원교체)라는 점에서 의혹이 커졌지만, 감찰 내용은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기에 공표되면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입장만 간접 표명했다.
조 수석은 이날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이번 보도자료와 관련된 질문과 답변은 청와대 관계자를 거쳐 이뤄졌으며, 추가 질의는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대신 받았다. 특감반 관리를 맡은 인사에 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리책임론'에 대해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발표 내용으로 갈음해 달라"고 했다.
앞서 조 수석은 지난 3월 대통령 개헌안 관련 설명을 공개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정수석이 해당 내용을 발표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지적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자 조 수석은 "개헌안 발의를 준비하는 데까지 저희(민정수석실)가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제가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반박했었다. 이 때 행보와 맞물려 민정수석실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이번 쇄신안 발표를 서면 형식으로 진행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