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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아닌 '실력', 박항서 감독의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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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CBS 체육부의 <스담쓰담>

◇ 임미현 > 스포츠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스담쓰담 입니다. 체육부 오해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 오해원 > 네. 안녕하세요

◇ 임미현 > 지난 주에도 박항서 감독 이야기를 조금했어요.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 도전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베트남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상당하죠?

◆ 오해원 > 그렇습니다. 종목을 막론하고 해외에서 활약하는 우리 지도자의 수는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의 경우는 조금 특별한데요. 축구 인기가 남다른 동남아시아에서, '1인자' 태국에 밀렸던 베트남을 이끌고 출전하는 국제대회마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덕에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이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향한 관심이 치솟고 있는데요. 마치 과거 박지성이나 최근 손흥민처럼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현역선수 못지 않은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박항서 감독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 임미현 > 당장 이번 스즈키컵의 경우도 베트남에게는 10년 만의 우승 도전이잖아요. 결승 1차전 원정 경기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고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동남아시아 축구는 빠르게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노컷뉴스DB)

 

◆ 오해원 > 말씀해주신 것처럼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사흘 전 말레이시아 원정에서 열린 스즈키컵 결승 1차전에서 2대2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베트남은 이 경기에서 일부 주전급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면서도 골을 넣고, 또 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입니다.

8만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에 실제로는 10만명 정도가 들어찼다고 합니다. 이런 일방적인 말레이시아 팬의 응원에도 베트남은 전반에 먼저 두 골을 넣고 기선제압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팬의 응원에 힘입은 말레이시아도 전반과 후반에 한 골씩 넣고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무엇보다 이 무승부로 베트남은 최근 A매치 무패 기록을 15경기로 늘렸습니다. 이 기록은 현재 A매치 최다 경기 무패 기록인데요. 지난 2016년 인도네시아와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에서 2대2로 무승부를 기록한 이후 2년 동안 7승8무로 패하지 않고 있는 베트남입니다.

박항서 감독 부임 후에는 5승4무를 기록 중입니다. 특히 올해 안방에서 치른 A매치에서 3연승하는 등 원정보다 홈에서 치른 경기 성적이 더 좋아서 내일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릴 결승 2차전의 결과에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임미현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스즈키컵 우승 도전.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겁니까?

◆ 오해원 > 사실 동남아시아 축구 최강국은 태국입니다. 동남아 축구 최강을 가리는 스즈키컵에서 5차례 우승하며 최다 우승국이라는 타이틀도 얻었습니다. 올해 대회가 3연패 도전이었는데 말레이시아에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박항서 감독이 부임하고 동남아 축구의 지형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해 10월 FIFA 랭킹이 134위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100위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 중입니다. 태국은 118위고요.

이것만으로도 베트남 축구팬이 어깨를 펴고 다닐 만한 부분인데. 동남아 축구의 최강을 가리는 스즈키컵에서도 우승 기회를 잡았다는 거죠.

베트남은 스즈키컵에서 9차례나 4강에 진출했지만 정작 우승은 2008년이 유일합니다. 1998년에도 결승 무대를 밟았는데 싱가포르에 패해 준우승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10년 만에 우승 도전을 하는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대표팀에 거는 현지 축구팬의 관심과 기대는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겠죠.

◇ 임미현 > 마지막 대결을 앞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자존심 대결이 상당하겠네요.

◆ 오해원 > 맞습니다. 결승 1차전 결과는 무승부지만 원정에서 두 골을 넣고 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베트남이 조금은 유리한 상황인데요. 그러다 보니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항공사가 베트남으로 가는 항공편을 추가해 더 많은 자국 응원단이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베트남도 질 수 없겠죠. 곧장 베트남 국적 항공사도 국내 항공편을 추가해 경기가 열리는 하노이에 더 많은 자국 축구팬이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기가 열리는 미딘 국립경기장이 4만석 규모인데 인터넷 판매로 1만석 정도를 미리 팔았는데 개시와 함께 곧바로 동이 났고요. 나머지 현장 판매분을 구하는 사람들도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 임미현 > 듣고 보니 박항서 감독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이유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네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현지에서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 오해원 >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면 히딩크 감독은 무엇보다 선수가 가진 기량을 최우선으로 두고 대표팀을 구성했다고 하죠. 덕분에 박지성 같은 신예가 발탁됐고,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우리 선수의 유럽 진출 기회가 활짝 열렸는데요. 당시 대표팀의 트레이너로 히딩크 감독 가까이서 일했던 박항서 감독도 현재 베트남에서 똑 같은 방식으로 베트남 축구를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 아시안게임을 통해 제가 직접 본 박항서 감독은 선수가 가진 명성보다 경기 당일의 컨디션과 기량에 중점을 둬서 출전 명단을 짜는 모습이었습니다. 베트남 현지 기자 중에는 왜 특정 선수를 쓰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는데 박항서 감독은 나의 선발 기준은 오로지 실력이다라고 답을 해 박수를 받기도 했고요.

공개적으로 유명세가 아닌 실력으로만 출전 선수를 뽑는다는 박항서 감독의 발언은 대표팀 내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좋은 성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처음 결승에 올랐고, 지난 아시안게임에서도 처음으로 4강에 올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명감독으로 거론되는 히딩크 감독처럼 박항서 감독도 베트남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겁니다.

◇ 임미현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체육부 오해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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