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수로만 사실상 올 시즌을 소화 중인 한국전력은 규정을 벗어난 외국인 선수 교체를 요청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전력은 올 시즌 개막 후 15연패를 기록 중이나 최근 경기력이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
프로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생떼의 결말은 당연한 거절이다.
한국배구연맹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그랜드앰버서더 서울에서 단장 간담회를 열고 남자부 한국전력이 요청한 외국인 선수 추가 교체에 대해 논의했다.
올 시즌 개막 후 단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한 한국전력은 최근 타 구단에 외국인 선수 추가 교체에 동의를 구했다.
현재 V-리그 규정상 시즌 중 외국인 선수 교체는 1회만 허용된다. 이미 한국전력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통해 뽑았던 사이먼(독일)을 아텀(러시아)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아텀마저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한 탓에 국내선수로만 경기하며 연패 탈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자 한국전력은 남자부 나머지 6개 구단에 외국인 선수를 추가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동의를 구했다. 한국전력의 경기력이 떨어져 승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 자칫 V-리그의 인기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올 시즌 사실상 국내 선수로만 경기를 소화하는 중이다. 사이먼은 2018~2019시즌 개막 후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팀을 떠났고, 아텀은 5경기에 출전해 공격 성공률 43.51%, 70득점의 기록을 남긴 채 복근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에이스’ 서재덕이 지난 11월 27일 현대캐피탈과 2라운드에서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 41득점을 기록하는 등 국내 선수들이 투혼을 불사르고 있지만 ‘전력의 절반’이라는 평가를 받는 외국인 선수의 부재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전력은 시즌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의 추가 선발을 원했다. 한국전력의 의견 타진에 일부 구단 단장은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마련된 모두의 약속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규정을 무시하는 행동을 자행한 한국전력뿐 아니라 동의했던 일부 구단도 공정한 경쟁을 포기한 셈이었다.
결국 한국전력의 외국인 선수 교체 요청은 실패로 끝났다. 각 구단 단장이 모인 자리에서 논의한 끝에 외국인 선수의 부재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공감하나 시즌 중 규정 변경이 동의를 얻지 못했다.
한국전력은 이번 일로 또 한 번 프로답지 않은 모습으로 빈축을 샀다. 올 시즌 개막 전부터 선수 관리와 행정력 부재에 문제를 드러냈던 한국전력이라는 점에서 부진의 원인을 스스로가 아닌, 외국인 선수의 부재로 돌리려는 모습은 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